7월 18일, 구로의회가 있는 구로문화재단에 9시 즈음 도착했다. 서울시 문화탐방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아하열린교육센터(이경영 대표)에서 주관하는 문화체험 어린이기자단 교육 강사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나는 2번 강의를 맡았다. 사진촬영과 블로그 실습 과정이다.
18명의 어린이 기자단들은 문화체험 유니폼으로 모자와 옷을 차려입고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서 둘씩 둘씩 자리를 잡았다. 밖에서는 학부모들이 담소를 즐겼고, 매주 열렸던 문화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이제 제법 토요일에는 아하열린교육센터에서 알찬 프로그램이 있다고 아이들도 인지하고 있는 느낌. 눈알이 똘망똘망했다.
눈빛을 보면 그 마음이 보인다. 눈은 마음의 창문이라고 했다. 아이의 눈을 보면 그 아이의 마음이 보이고, 그 아이를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 아이는 곧 그 부모의 창문과 같다. 18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시작하면서 멀리 않은 한국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생각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상이 높았다. 아이들은 키가 작고, 나는 키가 컸다. 나의 큰 키는 단상위에서 마치 ‘산’처럼 보였으리라. 세대차이는 나의 나이와 아이들의 나이를 빼면 두자리 숫자가 나올 수도 있는 간격이다. 나는 높은 단상보다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서, 마이크 없이 숲속을 돌아다니듯 교육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어차피 아이들에게 ‘이론’보다 ‘실습’을 가르쳐야하기 때문이다. 실습은 곧 손과 몸으로 움직이는 ‘공작’(工作)이다.
◆ 짝궁 소개하기 및 인터뷰 = 첫 교육시간은 ‘문화’에 대한 이해였다. 우리가 보통 ‘문화’라고 하면 거창한 것으로 인식한다. 문화(文化)는 첫째 글로 만들어진 것이며, 둘째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며, 셋째 자연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이 문화이며, 문화의 반대는 ‘자연’이다. 문화는 곧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 발표하기’와 ‘취미와 장래희망 말하기’에 대해서 교육을 시켰다. 큼지막하게 준비한 ‘자기 소개하기’ 프린트물에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취미,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적은 다음에, 차례대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에게 시키면 아이들은 쮸뼛쮸뼛한다. 나는 내가 먼저 “저는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보도국장입니다. 저의 취미는 글쓰기이고, 장래희망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더니, 아이들 표정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사진촬영법에 대해서 알려주고서,(가깝게 다가가서 움직이지 않고서 찍을 것, 낮아져서 찍을 것, 사진은 빛의 예술) 내가 스스로 모델이 되어서 사진촬영 연습을 했더니, 아이들은 금새 재밌어한다. 내가 단상위에 올라가서 PPT를 설명하고서, 다시 아이들에게 가려고 단상에서 폴짝 뛰었더니 아니들은 그 순간을 포착해서 사진을 찍는다.
“선생님, 다시 뛰어줘요. 다시 한번만 더요”
아이들 모두가 부탁하는 바람에 나는 다시 단상위에 올라가서 위로 폴짝 뛰었다. NG다. 아이들은 다시 사진촬영을 해야한다면서 단상에 올라가서 뛰어달라고 부탁했고, 이렇게 5번을 뛰었더니 숨이 가빴다. 아이들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마지막 수업은 ‘인터뷰’였다. 보통 인터뷰라고 하면 촬영카메라가 움직이고, 사진기가 촬영하고, 취재수첩을 작성하면서, 약간 근엄한 공간이 보여진다. 이것은 보여지는 이미지일 뿐, 실상은 까페에서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이다. 인터뷰는 곧 대화다. 말을 주고받고서 그것을 요약해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글의 물감으로 그 인물을 소개하는 것이다. 결국 인터뷰는 사람과 대화다.
아이들에게 잠시 설명을 하고, 짝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짝궁에서 몇가지 질문을 한 다음에 그것에 대해서 기록하고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사람앞에서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발표는 또한 쉽지 않다. 누군가를 소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어려운 것은 경험부족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숙달되면서, 전문가가 되고, 달인(達人)이 되고, 그 분야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내는 최고인물이 되는 것이다. 짝궁 인터뷰를 하고서, 짝궁을 소개하는 발표시간을 들으면서, 한국의 미래가 아이들의 순수함에 숨어있음을 느꼈다. 아이들을 위하여 짝궁인터뷰를 모아서 전자책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