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 장창훈 기자]=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낯선 일이다. 사람이 뼈와 살로 구성되듯, 언어의 몸은 읽기와 듣기와 쓰기와 말하기로 구성된다. 이것을 언어기술 4가지 기능이라고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과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하듯, 4가지 기능은 균형있게 개발해야 훗날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언어학자들이 이미 연구해서 입증한 결과이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알 수 있다. 입은 말하기, 눈은 읽기, 귀는 듣기, 손은 쓰기에 해당한다.
언어교육을 하다보면, 대화중심으로 교육을 하니까, 듣기와 말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데, 정작 쓰기와 읽기에는 소홀할 때가 많다. 듣기는 읽기와 불가분의 관계이고, 말하기는 쓰기와 연결되어 있다. 4가지 언어기능은 독립적이면서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마치 씨앗과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가 각각 독립적인데, 유기체로 연결된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언어를 교육하는 교사는 교실수업이 끝난 후에 학생들에게 언어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히 숙제를 내줘야한다. 쓰기와 읽기 훈련이 여기에 해당한다.
[쓰기 관련]
1. 만약 학생이 수업에 늦었다면, 늦은 이유를 교실에서 말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다른 학생들은 벙어리로 듣게 되고, 늦은 학생만 편파적으로 언어훈련을 하게 된다. 차라리 수업이 끝난 후에 이메일로 ‘지각의 이유’를 보내도록 벌칙조항을 주는 것이 좋다. 과제를 늦게 냈을 경우에도 이메일로 교사에서 이유를 설명하도록 방법을 제시하면 좋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쓰기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이메일은 편지다. 그래서 학생은 먼저 안부를 묻고, 자신의 의견을 예의있게 존칭법으로 설명한 다음에 마지막 인사까지 하고서 마치게 된다. 자기가 쓰고 싶은 내용만 쓰는 것은 언어훈련이 아니다. 반드시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 안부와 끝맺음 인사를 스스로 작성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이메일을 통해 쓰기 훈련을 시켜야 한다.
2. 강의내용을 필기하는 것으로 쓰기 훈련을 할 수 있다. 사실, 교재를 주면 학생들은 입으로 말하는 것만 신경쓰는데, 노트를 준비하도록 해야한다. 교재에 낙서하듯 쓰게 되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마치 쓰레기를 쌓아놓는 것과 비슷하다. 책꽂이에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듯이, 노트에 자신이 들은 내용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하는 것이 ‘쓰기훈련’이다. 그렇게 정리된 노트를 다시 보면서 학생은 ‘쓰기’를 통해 ‘읽기’ 훈련을 하게 된다.
필기를 할 때는 명사형으로 쓰는 법, 한자어로 쓰는 법, 압축해서 쓰는 법을 알려주고, 소제목을 달고서 단락으로 정리하는 법도 알려주면서, 보기에 좋게 정리하도록 해야한다. 노트정리하기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언어학습법’이며, 문법을 교육하는 것보다 100배 중요하다. 언어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보고서 작성하기도 쓰기 훈련에 해당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이론시험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때, 주의할 것은 한글 워드로 제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글워드는 베껴서 제출할 위험이 높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작성해서 만들어 제출하면, 언어를 종합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보고서에 대해 발표하기 시간을 갖게 되면, ‘말하기 훈련’의 완성판이 된다. 보고서 발표하기를 할 때는 큰 도화지에 자신의 발표내용을 적은 다음에 학생들에게 쉽게 말하게 하면 된다. 보고서 작성하기는 표지 만들기, 서론 쓰기, 본론 쓰기, 결론 쓰기, 요약문 쓰기로 항목을 정해주고, 그 틀에 맞춰서 작성하도록 하면 된다.
4. 쓰기 훈련을 할 때, 한글 워드를 학생들이 배울 수 있다면, 실력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읽기 관련]
1.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거나, 읽기는 정보습득의 중요한 방법이다. 교실수업이 끝난 다음에 학생들에게 전체 이메일로 간단한 질문을 보낸 다음에 답변을 받는 것도 좋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메일을 읽으면서 자신의 답변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과 신문을 읽을 때는 ‘요점파악하기’를 알려줘야한다. 이것은 언어교육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이 동일하다. 책에서 말하는 핵심사항이 뭔지, 뼈대가 뭔지, 몸통이 뭔지, 흐름이 뭔지 그것을 먼저 파악해야한다. 중심내용을 잡은 다음에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해석하도록 해야한다.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것이 먼저 보이면 절대 안된다. 읽기 훈련은 ‘아는 것’에 집중해서 내용이 대략 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 구체적으로 내용을 읽고, 작가가 말하지 않은 내용까지 상상하면서 자신의 생각까지 말한다면, 금상첨화다.
2. 외국인 학생 중에는 학문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의 경우, 특히 전공서적을 ‘대충읽도록’ 알려줘야한다. 전공서적을 읽을 때, 너무 꼼꼼하게 세밀하게 현미경을 보듯이 읽게 되면, 미로속에 갇히게 되고, 숲을 볼 수 없게 된다. 전공서적은 반드시 ‘전체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그것이 ‘대충읽기’다. 전공서적은 절대 정독하면 안된다. 여행을 가면, 먼저 지도를 본다. 그처럼 전공서적은 전체 지도를 보듯이 대충 훑어 봐야한다.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가는 것이고, 모르는 단어보다는 중요한 단어를 중심으로 공부를 해야한다. 중요한 단어는 핵심어 또는 중요 키워드를 뜻한다. ‘읽기’에서 숲을 보는 훈련을 해야한다.
[듣기와 말하기]
‘듣기와 말하기’도 구체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피해야한다. 한국 사람들도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을 조사와 어미까지 파악하면서 이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앞에 했던 말은 까먹는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구조다. 사람의 뇌는 지금 듣는 것에만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단어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므로 ‘듣기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정보 파악하기 훈련이다. 듣기 훈련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단어뜻에만 집중한다면, 그런 의사소통은 실패한 것이다. 먼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다. 만약 모르는 단어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알 수 없다면, 다시 물어보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도록 해야한다.
말하기 훈련도 ‘의사표현하기’에 초점이 맞춰지면 안된다. “도를 아십니까?”라고 길거리에서 묻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불쑥 묻는 그런 대화법은 무섭다. 모든 대화는 ‘노크하기’가 있다. 말하기 훈련은 ‘노크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해야한다. 한국어는 잘하는데, 한국인과 대화를 원할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대화전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화전략은 이렇다. 화제 꺼내기, 의사소통 전략 세우기, 본인 의사 전달하기다. 한국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모국어에도 동일한 의사소통 전략이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하도록, 조심스럽게 화제를 꺼내게 된다. 만약 너무 거칠게 말하면 상대방은 대화의 문을 닫을 것이다. 교실에서는 서로 말할 준비가 되어 있고, 교사와 학생은 친밀한 관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낯선 사람과도 대화를 나눠야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먼저 말을 건넬 수도 있다. 이때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말하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