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령(斷髮令) 하자(詩)
– 2001. 8. 월간 문학세계 등단. / 서울문학상 심사위원
천하를 호령하고 싶다면
나를 호령할 수 있어야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공감한다.
글쎄, 내가 집청소도 못하면서
도대체 세상의 비리를 청소하겠다고?
차라리 침묵의 빗자루를 들고 새벽부터
거리의 낙엽을 치우는 거리의 천사들이
가장 아름다운 바람이 아닐는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공감한다.
결국 나로부터다.
내가 어찌 하느냐의 문제이지
남이 어찌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가?
내가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는가?
내가 내 노트북을 정리정돈하고 있는가?
책상 청소, 방청소, 기타등등 머리정돈 잘하고 있는가?
도대체 내가 나를 관리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나라걱정을 할까?
어불성설.
복잡한 번뇌와 걱정을 가지고
미용실에서 싹뚝싹뚝 잘라버리자
단발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