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초등학교를 방문, 탐방취재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지식의 생활화’이다. 1학기때 토마토, 상추, 고추, 벼, 고구마 등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식물관찰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벌레가 고구마 잎을 먹었을 때, 가뭄으로 토마토 잎들이 말랐을 때, 누군가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먹었을 때 기록리더들은 ‘울상’이었고, 심었던 야채들이 무럭무럭 자랐을 때 학급 친구들과 함께 점심때 먹었던 상추 쌈밥은 ‘흐믓함’ 자체였다. 기록리더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올렸고, 이제는 제법 촬영전문가가 되어서 본인들의 인증샷을 친구와 함께 찍어서 보내온다.
◆ 김장김치를 위한 배추를 심다
월드컵경기장역 2번출구에서 내려 성미다리를 건너면 100m 떨어진 곳에 신북초등학교가 위치한다. 냇가가 흐르는 풍경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인성을 교육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인근의 월드컵 경기장 컴뮤니티는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된다. 자연과 문화가 어울어지는 교육맞춤형 명문학교인 셈. 어제 신북초등학교에서 “김장김치를 위한 배추와 무 인성텃밭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김장을 벌써 담그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신북은 빠르긴 빠르다”고 생각했다. 김치국물부터 마신다더니 현장에 도착해보니,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이다. 배추와 무는 아직 김치가 되기에 작아 보였다. 수수하고 순수한 아이들처럼 그러했다. 해맑은 아이들이 작은 모종삽으로 흙을 살짝 파고 무와 배추를 톡톡톡 심고서, 아이들도 “이게 배추가 되려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러나 지난 1학기때 경험했듯이 토마토와 상추가 제법 어른처럼 금새 성장했다. 식물은 사람보다 자라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김민영 교장, 임윤덕 교감, 맹정영 교사, 박수임 교사 등등 모든 교육자들이 함께 협력해서 손바닥처럼 작은 포트(pot)에 담긴 배추와 무를 아이들에게 가져오자, 아이들은 ‘신기한 토끼눈’처럼 바라만 본다. 그래도 손에는 모종삽을 들고서 자기 학급의 대표로서 ‘식목일에 나무심듯’ 비장한 표정들이다.
어쩌면 교육은 거창한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직접 심어보는 것인 것 같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 대한 거창한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짝궁하고 친하게 지내기’인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교육의 유산은 ‘말보다는 실천’이 아닐까? 교육인들이 학부모의 심정(心情)으로 낮은 자세로 학생들에게 모종삽을 건네주고, 아이들이 직접 배추와 무를 심도록 기회를 준 ‘경험교육’을 목격하면서, “김장도 아이들이 직접 담아요. 고춧가루만 가져다 주고 아이들의 깨끗한 손으로 배추를 직접 김치로 만들어요”라고 말한 교사들의 설명이 ‘살아있는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인성텃밭 그 2번째 이야기도 아이들이 직접 기록할 예정이다. 기대된다. 김장김치를 담는 그날까지 배추와 무를 재배할 신북초 기록리더들의 관심,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