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좋고, 같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칼럼이 좋다. 사람은 생각의 동물이며, 생각의 물이 흐르지 않는 사람은 물없는 냇가처럼 쓸쓸할 뿐이다. 생각이 흐르면 그 사람에게는 인간성의 물고기가 흐르는 것처럼 언제나 싱그럽다. 살아있는 생각, 어쩌면 현대인이나 고대인이나 생각의 향취는 비슷했던 것 같다. 생각(生覺)의 한자가 말해주듯….
꾸준히 필력을 펼치는 박근영 서울교육방송 칼럼니스트의 글을 읽었다. 어쩌면 내가 맨 첫 독자가 되는 듯 하다. 매번 읽을 때마다 생각하지만, 정교한 건축물처럼 앞뒤문맥과 오타가 거의 없다. 내가 쓰는 나의 글에 비하면, 나는 뭐랄까 청바지 차림으로 자유분방??
오늘은 見과 目에 대해서 정말로 자연스럽게 펼치는 그녀의 글은….. 눈이 아름다운 사람?? 상징적인 표현으로 ‘눈’이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상투적인 표현을 소재로 서두를 꺼내면서, 본다는 정의를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사실 뜨끔했다. 見에도 시력이 있다니….. 안경을 쓰는 근시, 원시 할 것없이 늙음의 연륜이 새로움의 발견(發見)을 흐릿하게 한다니…. 경험은 언제나 자만의 위험을 품고 있는 듯 하다. 더욱 새로워지자고 느꼈다.
見의 해석을 읽고, 곰곰이 따져보니, 見과 비슷한 글자로 3개가 더 생각났다. 옛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의 감각은 눈, 입, 코였던 것 같다. 나는 고고학자가 아니지만, 한문을 통해서 그때의 문화를 음미하는 버릇이 있다.
1. 見은 사람의 눈을 크게 그려놓고서, 보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추상화에서도 이런 기법은 많이 사용된다.
2. 兄은 입을 크게 그려놓고 누가 높은지를 말해주고 있다. 말을 잘하는 쪽인데, 언어로서 통솔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에 책임지는 자가 언제나 형(兄)이다.
3. 允은 진실함을 뜻한다. (진실로 윤) 코를 본뜬 모습이다. 코는 자기 자신을 뜻한다. 코는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서 뚜렷한 주관을 말하고, 자기 가치관과 철학을 의미한다. 允은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을 말한다.
4. 兇은 얼굴이 엉망이라는 의미다. 흉할 흉이다. 얼굴이 못생긴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보는 것이 늘상 부정적이고, 말하는 것이 늘상 부정적이고, 자기 철학이 늘상 흐릿하면 그런 사람은 옛날에도 ‘X’라고 표시했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으뜸 원(元)은 아마도 一이 ‘하늘’을 말하는 듯 하다. 하늘 천(天)을 봐도 ‘一’이 제일 위에 있어서 그렇다. 사람으로서 보다 높은 하늘을 올려보면서 스스로 삶을 책임있게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으뜸이 아닐까? (나는 가끔 엉뚱하게 元을 원주율 π위에 一이 올려진 것으로 상상하기도 한다. 나의 자유이므로.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게 한문의 묘미다.)
나보고 만약 사람의 가장 중요한 것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見과 兄과 允처럼 사람의 가장 중요한 것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目口厶 대신에 心을 넣고 싶다. 마음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심미인(心美人)이 진미인(眞美人)이 아닐까? 心은 곧 뇌(腦)와 동일할 것이다. 뇌에서 생각이 발생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