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tragedy던가? 세익스피어의 대부분 작품들이 지향했던 비극, 나는 비극이 싫다.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의 드라마가 3.1운동의 비극을 낳았고 볼 수는 없듯이, 나는 희극을 꿈꾼다. 3.1운동이 임시정부의 태동을 낳았고, 임시정부가 미국과 소련, 중국, 영국을 움직여서 1945년 독립의 희극을 낳았고, 부패한 자유당을 향해 국민들의 항쟁이 4.19를 낳았고, 박정희 독재권력을 향해 민주주의를 꿈꾼 우리들이 서울의 봄을 낳았고….. 우리는 이렇게 희극을 향해 나아간다.
원데이 영화를 봤다. 박근영 칼럼니스트 덕분에 원데이를 알게 됐고, 보내온 영화를 감상하면서 풍경의 장면들이 정말로 색채감이 아름답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내용들을 20년의 기간을 통해서 재밌게 진행한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그 XX 자전거가 불길했다. 영화 첫 장면이 복선이었다는 것은 말미에 그 여주인공이 자전거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서 알게됐다. 작가는 책속에서 창조주의 전지전능의 권한을 갖는다고 하던데, 그렇게 죽음을 앞에 놓아둔 작가의 비극적 설정에 마음이 ‘충격’적이었다. 독자들과 시청자들이 이러한 감정을 통해서 ‘일상의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려는 목적일까? 희극보다 비극을 더 기억한다는 말도 있지만, 결국 남자 주인공이 보다 덜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해 낳은 딸이 여자 주인공과 겹쳐지면서, 20년전 처음 올랐던 동네 앞산에서 20년전을 딸과 함께 회상하는 그런 내용으로 영화가 끝났다.
나는 자전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게 된 영화였다.
자전거는 교통수단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사고가 났을 경우에 생명의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임을 짐작(斟酌)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래서 자전거 도로를 서울전역에 설치한 것일까? 자동차와 독립적으로 길을 가게 하면 아무래도 서로 부담이 없어서 사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 4대강 환경사업 실패(이 사업은 국가예산을 건설사에 몰아주기)…. 그래도 성공한 정책이 있다면 자전거 도로 추진이었던 것 같다.
◆운명(運命)
운명은 운전의 명령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운명은 더 큰 수레바퀴의 움직임이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오래전에 지동설을 인지했었다. 지구가 움직이고, 달이 움직이듯 그렇게 사람도 더 큰 존재와 법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그 거대한 힘이 ‘운명’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자동차에 타고있는 사람들은 운명처럼 자동차와 함께 하듯이 그러하다. 지구행성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시간에 묶이듯이…. 어찌보면 지구도 녹색 자동차인 것 같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대신에 창조주를 믿는다. 물질계를 다스리는 헌법이 만유인력이라면, 시간계를 주관하는 헌법이 운명이 아닐까, 간혹 생각해본다. 운명은 사람과 사람을 시간을 통해서 묶는다는 이론이다. 같은 사건의 반복을 통해서 우리는 ‘운명’을 느끼고, 운명이 지나치면 ‘숙명’(宿命)을 시인한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그러한 운명을 도전하며 이기는 ‘생명’(生命)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원데이 영화는 ‘운명’(運命)의 본질을 은밀하게 말하고 있다. 20년전 그날 부모님이 늦게 왔더라면, 19년전 그날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18년전….17년전…. 자신의 생일을 기점으로 매일 서로 사랑을 꿈꾸면서도 그 사랑을 방해했던 같은 장애물을 설정하고서….. 어쩌면 운명은 자신을 속박하는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강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한 마음이 평생을 괴롭힌 것 같다. 여자 주인공은 상대의 거절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강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거절도 잘 해버릇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거절도 할 줄 알고, 거절도 받아드릴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 시민인 것은 분명하다. 거절도 소중한 의사표현중의 하나이므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단지 그러한 운명의 반복을 만든 창조주를 신뢰한다. 지구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갈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이듯이,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그처럼 소중한 것이며, 그냥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만한 세상임을 믿어본다. 그 여자 주인공이 좀더 적극적이었다면, 그 남자 주인공이 좀더 삶에 진중했더라면….. 그 덤프 트럭이 그 골목길앞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애잔한 물결이 친다.
작가가 작품을 비극으로 끝내지 않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