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파는 우리 농산물 고구마, 감자, 옥수수
나는 스타벅스에서 간혹 아침을 먹는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가 맛있어서 사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서 팔고있는 우리 농산물, 옥수수, 감자, 고구마를 알지 못한다. 너무 많은 상품들에 묻혀서 보이지 않을 뿐, 거의 맨앞에 진열되어 있다. 세계적 기업이 한국문화와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다. 일명 ‘옥고감’.(옥수수+고구마+감자)
옥수수 반토막, 감자(하지 감자) 1개(2쪽) 고구마 1개가 옥고감 구성요소다. 물티슈와 포크까지 나오는데, 한국사람이 고구마와 감자를 포크로 먹을 이유가 없고, 옥수수 알을 포크로 찍어서 먹을 이유 또한 없다. 물티슈로 손을 씻고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이렇게 좋은 것이 또한 없다. 가격도 다른 샌드위치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었다. 옥고감을 시켜서 장한평역 2F으로 올라오는데 향긋한 고향내음이 내 코끝을 찌른다. 감자냄새같기도 하고, 고구마냄새같기도 하고, 내가 늘 맡아왔던 그 친밀한 냄새는 역시 내가 한국사람임을 각인 시킨다. 그 독특한 시골향기는 사람을 ‘풀’처럼 싱그럽게 한다.
스타벅스에서 고구마를 팔겠다는 이 깜찍한 생각이 얼마나 아름답고 문화적인가? “이것은 이것이다”는 것은 문화가 고체(固體)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화는 그릇에 비유되지만, 마치 강물같다. 세계적 문명이 4대강(황하강, 인더스강, 티그리스-유프라데스강, 나일강)에서 비롯되었듯이, 문명의 축소인 문화는 강물처럼 흐르는 ‘유동성’(流動性)을 갖고 있다. 커피와 감자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자주 먹는다. 커피와 옥수수가 어울릴 수 있는가? 나는 아주 자주 먹는다. 서로 먹어보면 어울린다. 일명, 옥고감.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의 역사가 담겨있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후예이고, 미국을 유일하게 물리치고 자주적 공산독립국가를 이룩한 베트남 민족이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와 어울릴 수 있을까? 국제결혼은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을 한국인으로 만들었고, 이미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문화는 이렇게 유동적이고, 사람이 예측하기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것에서 한차원 더 높게, 넓게, 깊게 생각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 새로운 ‘정반합’(正反合)의 포용이 진행되는 것 같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함께 묶어서 판매하듯이….. 무지개 색깔만 무지개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서 모두가 충분히 무지개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