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문학 강좌를 듣고나서
사회 박예원, 책토링 이윤서, 심리학 김수민, 교육학 조하림, 역사학 김현준, 연기학 이시은, 황보의 아이들 특별 공연
영동중학교와 엉겹결에 인연을 맺고, 벌써 3번째 걸음을 했다. 양재역에서 내려, 한국교총을 지나야 도착하는 곳, 언론인의 취재처로는 썩 편하지 않는 곳이다. 마치 서울교육청의 오르막길처럼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동아리 프로그램, 여유기 프로그램의 현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압권이고, 가면 갈수록 짜임새있는 무대가 방청객을 사로잡고, 급기야 뒷좌석에 앉아있던 노현구 교장까지 앞으로 오게 했다. 노현구 교장은 두 주먹을 불끈쥐고서 ‘화이팅’이라고 외칠정도로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모든 것을 하고 있으니, ‘자율적 독립성’의 표본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뿌뜻할까?
시켜서 하는 것은 조선시대 ‘미닫이 문’과 같고, 알아서 하는 것은 ‘자동문’과 같다. 영동중학교 학생들은 모두 자동문이었고, 스스로 판단력과 독립심이 매우 강했다. 배우의 꿈을 가진 학생은 자신이 왜 배우의 길을 가야하는지 분명한 명제가 있었고, 과학잡지의 진로를 가진 학생은 왜 그러한 꿈으로 변화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진로설계’가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인문학 강좌로 풀어낼 정도이니…… 공부하는 법, 역사의 깊은 지식, 심리학을 아주 쉽게 해석하는 것까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날카로운 깊이를 가진 인문학 강좌였다.
외부에서 전문멘토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음을 확신하는 취재였다. 전문멘토를 찾아서 주입식 설명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그것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지식을 줄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명확한 이정표가 될 것인가? 나는 단언컨대 아무리 대단한 전문멘토라도, 학생들에게 다가갈 때는 결국 ‘반딧불 정도’의 불빛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진로는 학생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며, 자율성이 확보된 속에서 1:1로 학생들에게 전문멘토링을 해줄 때, 그것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책이 진로의 북극성이 될 수도 있고, 전문멘토가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고, 친구멘토가 학생을 이끌 수도 있고, 담임교사와 상담을 통해서 진로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진로의 길을 ‘직립보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독려하고, 믿어주고, 끌어주고, 기다려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동중학교 교사들은 ‘묵묵히 학생들의 무대’가 되어서 학생들은 마치 아파트 위층에서 뛰노는 아이들처럼 ‘층간소음 걱정없이’ 그렇게 맘껏 재능을 발휘했다. 아래층에 위치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재능발휘로 인해서, 이제는 학생부 기록의 업무부담이 남겨지게 되었다. 알면서도 기꺼이 밀알의 헌신을 한 영동중학교 교사들의 수고는 참된 교육인의 삶인 것 같다. 영동중학교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교육인의 헌신이 존재한다고 믿어본다. 나 역시 그러한 교육인의 향취를 닮고싶어, 학생들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편집으로 보도하면서, 함께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