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작은 밥솥을 샀다. 사람의 나태함은 언제나 식당으로 안내한다. 밖에 나가서 사먹는 습관이 언제부턴가 버릇으로 굳어버렸다. 집밥이 맛있다는 말도 나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먹어야겠다고 이사하고 생각을 바꿨다.
삼성 대리점에 갔더니 각종 전기밥솥이 다양했다. 비싼 것은 정말로 비쌌다. 50만원 가량 하는 것인데 압력밥솥으로 밥맛이 정말로 맛있고, 오래 보관해도 밥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능이 대단하다. 한참 갈등했다. 어떤 것을 사야할지,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나는 보온이 되지 않는 밥솥에 눈길이 갔다. 저것을 사면 밥먹을 때만 밥하고 남는 밥이 없어서 게으름도 사라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구입한 전기밥솥이 이것이다. 밥만 해주는 밥솥이다.
이제 나는 이 밥솥이 정말로 좋다. 30분 정도 밥을 하는데, 밥맛이 일품이다. 남는 것도 없으니, 밥을 더 먹고 싶어도 없어서 못 먹으니 과식할 이유도 없다. 딱 1공기 밥만 먹을 수 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쌀을 1컵 넣고서 코드를 꼽고 취사버튼을 누르면 일근 슈퍼에서 반찬을 사오는 시간이면 밥이 알맞게 익어있다. 밥이 다 되면, 보온도 되지 않는다. 따끈따끈한 그때 먹어야 하는 이 아름다운 쌀밥. 오늘도 나는 밥을 해먹었다.
어떤 사람이 이 밥솥을 보더니, 웃었다. 너무 귀엽게 생겼다면서 보통 보는 밥솥과는 상당히 다름을 느꼈나보다. 내가 봐도 이 조그만한 것이 밥을 해내는 폼을 보면 ‘씩씩’하다. 무슨 열기를 품어내는데 사람의 기술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딱 밥을 하고서 멈추는데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안성맞춤이다. 인생이 살아가는 것도 이와 같다. 많은 것을 한다고 해서 좋을까? 자신이 해야할 일을 그정도로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요즘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그릇’이다. 전기밥솥을 하고서, 쌀독을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맞은 쌀독이 어디 없을까 돌아다녀 봤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이소에는 쌀독을 팔지않아서 다른 곳을 돌아다녀 왔다. 쌀독도 큰 것은 컸고, 작은 것은 작았다. 큰 것을 살까, 작은 것을 살까, 갈등을 했다. 옛날 같았으면 큰 것을 분명 샀을 것이다. 쌀을 모두 담아놓고서 오랫동안 먹기 위해서 큰 것을 선택했을 것인데…. 이번에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은 쌀독에 쌀을 담아놓고서 남은 쌀은 쌀푸대에 놓고서 밀봉을 하면 간단한 것이다. 쌀독이 작으니 보기에도 좋고….. 이렇게 해서 산 것이 이 작은 쌀독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 식사 1끼다. 이처럼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루를 반성함으로 소화를 하는 것이다. 수능과 학생부가 아무리 멀리 있다고 해도, 사실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오늘 하루를 내가 어찌 살았느냐이다. 하루의 삶을 스스로 살아감으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 날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일기장을 쓰든지, 아니면 일기장 대신에 뭔가로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 사람은 훗날 윤택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전기밥솥과 쌀독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알맞은 것인지 스스로 고백해본다. 가장 맛있는 밥은 지금 내가 먹는 ‘한끼 식사’이고, 먹어야할 때에 먹는 것이다. 과식(過食)하지 않는 습관은 건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