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休暇)는 끝났다.
시청하면 시청할수록 빠져드는 이 매력 만점의 태양의 후예는 신의 창작품으로 생각된다. 대걸작품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드라마 컨텐츠가 일본과 중국을 뒤흔들고 있으니, 겨울연가 이후, 별그대 이후, 이제 태양의 후예가 한국의 새로운 문화선진국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재각인시키는 것 같다. 대단하다.
오늘은 역시 남자의 의리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작품 내도록 ‘의리’(義理)를 깊게 생각했다. 사람이 이익을 생각하면서 살기도 하지만, 이익보다는 의리가 앞서야한다. 義와 利에서 ‘義’가 우선되어야한다. 아구스는 의리를 잃고 이익만을 쫒다보니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유시진을 상대로 ‘거래’와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으니, 유시진이 결국 그를 사살해버렸다.
의리 하면, 서대영과 유시진이다. 서로가 서로의 우정을 깊게 생각하고, 서대영은 윤명주의 병이 쾌차하자, 이제 사라진 유시진과 강모연의 납치사건 전모를 알게 된다. 전우로서 유시진의 안타까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법이다. 외면하면 그것은 의리가 없는 것이다. 납치사건에 혼자서 뛰어든 유시진과 함께 하려고 서대영도 알파팀 복귀를 선언한다. 부대 전원 복귀, 휴가는 끝났다.
국민의 생명에 무감각한 조국은 조국이 아니다. 국민과 국가의 사회적 정의감에 대해서 생각게 하는 장면이다. 특히 사령관이 청와대 안보회의에 참석해서, 청와대 안보수석을 상대로 “야!! 너 말 잘들어!!”라고 반말을 한 것은 정말로 속이 후련하다. 정치와 외교를 운운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입에 발린 말로 장난질하는 그런 정치인들은 완전히 물갈이를 해버려야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런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결코 당선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선이 되더라도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책임있는 그런 소신있는 정치인들로 국회가 가득찼으면 좋겠다.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이 국회가 아니길 기대해본다.
조국을 위해서 전사가 되어서 정말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태양의 후예를 보더라도, 그러한 사회가 먼 미래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책임지려는 것, 명예롭게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것, 자신의 책임으로 연약한 부하들을 보듬고 살리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거는 그런 상사(上司)는 존중의 면류관을 받을 만하다. 서상사, 유시진, 사령관 등등 멋진 존재들이 많은 것 같다.
#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
강모연과 유시진은 결코 사랑할 수 없는 군인과 의사다. 군인은 적을 죽이는 사명,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사명, 둘은 적과의 동침(同寢)처럼 결단코 섞일 수 없는 관계인데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다. 다르지만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동반자로서 연인이다.
아구스의 납치사건은 완전히 진압되었지만, 강모연은 폭탄조끼를 입고서 리모콘을 손에 들고 있는 아구스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취할 수가 없다. 그때 아구스의 리모콘은 무선으로 작동, 어깨쪽에 무선 송신기가 존재하고, 유시진은 총구를 강모연을 향한다. 무선 송신기를 향해 발사, 정확히 조준한다. 그 순간 총격 명령이 내려지고, 알파팀은 진압작전에 성공. 강모연은 죽음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운명을 기다려야했다. 폭탄은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고, 겨우 폭탄을 제거해서 구사일생 살아난 강모연.
강모연은 살아남았지만, 특전사 대위와 사랑하기에는 결코 좁아지지 않는 간극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유시진 역시 한때 전우였던 아구스를 자신의 손으로 처형해야하는 운명이 서글프다. 휴가를 얻어서 파병근무를 왔던 것인데, 평화를 꿈꿨던 곳에서 가장 지독한 슬픔을 맛본다. 죽음을 목전에서 경험한 강모연과 유시진은 이제 서로를 향해서 이해할 수 없는 벽을 마주한다. 강모연은 스스로에게 유시진을 감당할 수 있을지 반문한다.
나랑 헤어지고 싶습니까?
– 유시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남자인지 생각중이예요.
– 강모연
몸을 날려서 총알을 맞은 유시진의 희생에 대해서 강모연이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감당할 수 있을까’이다.
# 나랑 커피한잔 하실래요?
달달한 커피맛처럼 사람의 마음에 설레임을 파문(波紋)지우는 태양의 후예, 생명을 사랑하는 것의 위대한 선언은 무엇인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늘상 습관처럼 해왔던 이 아름다운 조국의 애국심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할까? 그저 국가에 대한 헌신이 아니라, 국가와 조국도 여자처럼 사랑해볼만한 가치가 있음을 또한 알게 해준다. 충분히 그러한 개연성이 짙다.
강모연은 스스로 조국과 공동체와 인생과 죽음과 생명과 의사와 봉사 기타등등 평소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의 보물들을 마음으로 알게 되고, 더더욱 유시진의 존재에 대해서 오랜 고민과 아픔으로 견뎌야했다. 뭔가 결정을 해야하는 마음의 갈등이다. 커텐을 열면 햇빛이 비친다. 강모연은 유시진을 찾아가서 “나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묻는다. 두잔의 커피를 타온 유시진. 팔을 벌려서 커피잔을 내밀자, 강모연은 넓은 품에 가서 안긴다. 그렇게 안길 수 있는 조국의 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그렇게 안길 수 있는 평화의 가슴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사랑하니까, 너무나 사랑하니까, 유시진을 잃을 수도 있지만, 생명이 너무나 위험한 직업을 가진 남자이지만, 너무나 사랑하니까, 강모연은 유시진을 이해하고, 본인의 속사정을 말한다. 강모연은 시시콜콜한 사소함을 말할 상대로 유시진이 필요하다. 조국의 거대한 명예로움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불만에 대해서, 애로사항에 대해서, 하루동안 소소한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 털어놓을 그런 상대로서 유시진이 좋았던 것이다. 사랑은 때론 그렇게 사소함의 공유에 있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사랑의 관계에서는 가장 소중한 일이 된다. 같이 밥먹는 것, 같이 걷는 것, 같이 손잡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존재하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