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구두닦기
친박(親朴), 진박(眞朴), 신박(新朴), 비박(非朴)
하루를 마감하면, 나는 내일을 준비하면서 구두를 꺼내서 손으로 닦는다. 아주 젊었을 땐, 구두약을 바르고 천으로 문지르면서 어떤 특수한 처리를 해야만 구두가 반짝거리는 줄 알았다. 구두방에 가면, 구두닦는 전문가들의 숨씨는 어느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손놀림과 비슷하다. 흉내낼 수 없는 그 정교함은 구두방마다 다른데, 토치를 이용한 화력은 반드시 들어간다.
화력(火力) 때문에, 나는 언제나 반짝거림은 뜨거운 불이 있어야 가능하고, 물광은 구두를 닦는데 그다지 유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얼마전이다.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 ‘다이소’에 들렀다가 ‘가죽로션’을 발견했다. 사람의 피부도 로션을 바르면 매끄러워지는데 하물며 가죽이랴. 피부도 가죽이다. 가격도 천원이다. 일단 샀다. 얼굴에 로션을 바를 때처럼 나는 구두로션을 손바닥에 뿌린 다음에, 나의 구두에 살포시 문질렀다. 물론, 우선 먼지를 제거한 다음이다.
세면(洗面)은 비누로 하고, 다음에 로션을 바르듯 구두의 먼지를 살포시 제거하고서, 손바닥에 가죽로션을 묻힌 다음에 슬슬슬 문질렀더니, 화력을 사용한 구두방 전문가처럼 똑같이 나왔다.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구두방 어저씨들이 왜 화력을 사용하는지…. 화력을 사용하지 않고 로션을 발라서 반짝거린다면 그 누가 3000원을 지불할까? 3000원에 해당하는 모션을 제공해야 하는 직업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가죽은 가죽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이 제일 좋고, 가죽로션은 가죽의 품질을 최적으로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피부로션과 거의 흡사하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쓱 문지르면 구두는 처음 샀을 때처럼 윤기가 난다. 모든 구두가 동일하다. 검정 구두에 검정 구두약을 바를 필요도 없고, 갈색 구두에 갈색 구두약을 바를 필요도 없다. 그냥 가죽이 가죽의 바탕색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것이 가죽로션의 역할이다. 이렇게 좋은 것도 가격이 저렴하고, 로션 바르듯 너무 쉽다보니 사람들은 ‘효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듯 하다.
나는 대략 3개월 전부터 구두에 로션을 바르면서 생활하고 있다. 매우 깔끔하고, 스스로 구두관리를 하다보니 이제는 구두 뒷굽이 얼마나 닳았는지 가만히 음미도 해본다. 그냥 슬리퍼처럼 구두룰 마구 신고다녔던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중년의 세월이 그렇게 닳고 이리저리 불려다니면서 살았었던 것 같다. 이제는 모든 삶들을 정리하고, 소화하고, 소소한 생활속 보물들을 발견하는 기쁨들을 즐기면서, 내가 신고 다니는 나의 구두가 가장 소중한 것도 인정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반성(反省)은 정반대로 깊게 성찰(省察)하는 것이다. 특히 반(反)은 배반(背反)의 정반대이다. 성(省)은 작고 작은(少) 눈(目)으로 자세히 보려고 미간(眉間)을 찌뿌리면서 관찰하는 모습이다. 반성(反省)은 거울속에서 나를 다시 쳐다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철저히 돌이키는 것이다. 이것은 ‘경종’이며, ‘자아비판’이며, ‘도마에 오른 생선처럼’ 객관적 칼질이다.
새누리당의 친박(親朴), 진박(眞朴), 신박(新朴), 비박(非朴)이 총선패배에 대한 반성도 없이, 성찰도 없이 또다시 ‘당권 찬탈’을 위해 내분에 휩싸였다고 하니, 그들의 족속은 ‘박혁거세’(朴赫居世)의 탄생설화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이들이 아닐까? 최소한, 朴은 그렇게 쌈박질은 하지 않았을 터, 반성없는 족속은 더 바닥에 뒹굴어봐야 정신차릴까? 서로 그렇게 싸울 것이면, 차라리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처럼 서로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진정성’ 측면에서 더 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