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전권….대박 12회 – 육귀신 처단
금난전권(禁亂廛權) 폐지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시작됐다.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가 금난전권인데, 왕이 그것을 알아도 어찌 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도 정치권력의 불법적인 사건을 알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권력의 구조적 문제점이어서 그렇다. 정치권력은 경제권력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서 백성들의 고혈(膏血)을 빨아먹고 사니, 백성은 영원한 노예이다. 조선시대 노예는 지금의 ‘노동자 계급’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 계층인 ‘가게’를 의미한다.
금난전권에 대해서 숙종이 만들었지만, 만들 당시의 근본 취지와는 사뭇 다르게 변질되어서 숙종 스스로도 후회하고 있었던 제도이다. 연잉군은 그것을 간파하고 백성들이 보다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인데도 그것으로 손실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의보다는 이익이 먼저 생각된다. 손실을 주는 정의는 받아드려지지 않는다.
‘바둑알 맞추기 게임’으로 육귀신이 박대길에게 싸움을 걸어오자, 칼로 내리친다. 바둑알 하나에 목숨줄 하나씩 날리는 것, 그때 서림이 나타난다. 개작두의 사람이 되어서 비단옷을 입고서 나타났다. 백대길은 너무나 놀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림은 개작두의 부탁으로 육귀신의 목숨을 지킬려고 왔다고 둘러댄다. 백대길과 육귀신의 싸움을 놓고서 생각하는 각도가 모두 다르다.
백면서생은 5000냥을 백대길에게 걸었다. 육귀신쪽으로 투전판에 온 백성들이 돈을 걸었다. 육귀신의 귀신같은 실력을 아니까 그런 것이다. 주사위를 둘둘둘 돌려서 던지기만 하면 원하는 것이 나온다는 육귀신의 실력, 백대길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백대길은 이미 연출을 해놨다. 마지막 한순간에 한쪽 주사위를 부러뜨려버린다. 그리고 무효처리, 새로운 주사위가 나오자 백대길은 주사위를 의심한다. 계속 던져보지만 뭔가 이상하다. 모두 66이 나온다. 그래서 백대길은 현장에 있는 주사위, 평범한 주사위로 하자고 제안한다. 육귀신은 성질이 올라와서, 급하게 주사위를 찾자 어린 아이가 주사위를 가져온다. 아무 스스럼없이 가지고 나온다. 백대길이 떡을 하나 주면서 맡겨놓은 주사위였다.
“이번 판에 모든 것을 걸지!! 어떤가? 66이 나오면 육귀신 자네가 이기고, 33이 나오면 내가 이기는 것으로 하지, 그리고 저기 백성들은 모두 풀어주는 것으로 하지!!”
33이 나오면 백대길이 이기고, 그것이 아니면 육귀신이 이긴다고 하니까, 거기에 혹한다. 마지막 승부수에서 육귀신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어린아이가 순수하게 가지고 나온 그 주사위에 완전히 속은 것이다.
연잉군은 굉장한 심리적 갈등을 보이고 있다. 백대길이나 이인좌는 심리적 갈등을 보일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생각과 행실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잉군은 혼란이다. 경종이 될 세자가 사헌부 감투를 철회해버린다. 금난전권에 대한 압박에 부담을 가진 세자가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연잉군은 그로 인해서 숙종을 만나서 조언을 받는다. 숙종은 “사헌부라는 그 껍질이, 그 허상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그릇에 물이 담기면 그릇이 기우는 쪽으로 물이 쏟아지는 법, 너는 그릇이냐, 물이냐!!!”라고 꾸짖는다. 줏대있게, 소신껏 행하라는 충언이다. 이 말을 듣고 연잉군은 비로소 백대길을 벗으로 여긴다. 백대길을 찾아가서 백면서생을 무찌르는 거대한 뜻에 함께 하기로 의기투합한다.
금난전권 같은 것이 요즘 있을 턱이 없다. 그러나 금난전권보다 더 지독한 집값 상승은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지갑은 갈수록 홀쭉해지는데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물가도 치솟는다. 전세금도 올라가고, 월세도 올라간다. 먹고 사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는 금난전권처럼 있는 자들은 더 있게 되고, 없는 자들은 더 없게 되는 공동체 불균형을 양산한다. 부익부 빈익빈은 사회불만을 가중시키고, 결국 평화공존을 위협한다.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한쪽은 지나치게 부유하고,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가난하다면 그것은 분배의 균형이 잘못된 것이다. 일하는 자는 죽기로 일해도 가난하고, 다스리는 자는 편하게 앉아서도 부유하다면 그것은 분배의 기준을 이동시켜야한다. 이것이 금난전권과 흡사한 경제권력의 형평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