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분석] 기억 15회-희망슈퍼 살인사건
기억 드라마는 해변의 잔잔한 추억물결이며, 그리움의 바람이 불며, 뭉클한 살결의 감동이 수평선에서 펼쳐진다. 기억 드라마 포스터도 박태석 변호사가 바다에 출렁이게 서있는 장면이다. 우리의 기억은 이렇게 사라지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의 바다를 말하는 것일까? 참으로 가슴 따뜻하면서 뭉클한 감동이 스민다. 우리가 간직해야할 소중한 추억의 기억과 잘못의 기억앞에 반성과 참회를 해야한다는 사실, 죄에 대해서 참회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엄중한 무게감, 기억 드라마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박태석 변호사는 뺑소니범을 찾다가 그날 동일하게 놓쳤던 희망슈퍼 살인사건 권명수의 억울한 누명까지 겹쳐서 생각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처럼 자신이 알고있던 의뢰인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순간이다. 드라마 작가의 의도적인 일치가 있겠지만, 드라마 내에서 진행되는 이 숙명같은 죄와 벌, 그리고 책임과 기억.
드라마에는 2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갈등과 화합이다. 갈등만 존재하면 드라마는 언제나 머리 아프고 혼란스럽다. 경쟁과 함께 화합이 함께 존재해야 가슴 뭉클한 감동이 펼쳐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있다면 경쟁자도 있는 법이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의 관계로서 서로 불일치하는 의견대립이고, 화합(和合)은 화목과 합동이다. 일치된 의견이며 서로 마음이 맞다.
박태석 변호사와 이찬무 태선로펌 대표는 오래전부터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뺑소니범의 사건이 불거지기전까지 서로 그렇게 마음이 맞는 사이가 없었다. 이찬무 대표가 박태석 변호사를 그 자리까지 이끌어줬기 때문이다. 박태석 변호사는 이찬무 대표에게 “이끌어준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다”고 토로하면서 정면으로 응수한다. 둘의 관계는 완전한 갈등이다. 박태석은 뺑소니범에 대해서 덮지 말고 진심으로 참회하는 것이 진실한 삶이며, 자식인 승호에게도 인생을 바르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임을 말한다.
독일같은 경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독일이 저지른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보여주면서 독일의 과거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참회하고, 다시는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교육을 시킨다. 잘못된 사상을 가졌던 히틀러가 유대인 600만명을 죽였던 그 엄청난 사건은 씻을 수가 없는 과오다. 히틀러는 젊은날 쉐네러라는 게르만 민족주의자를 만나면서 ‘게르만 우월주의’에 빠지면서 나찌즘을 주창하게 된다. 우월주의는 ‘자만으로 가득찬’ 선민사상이고, 선민사상의 특권주의는 결국 남을 죽이는 야만적 행동으로 변질된다. 범죄에 대한 책임과 반성만이 미래를 다시 개척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진심으로 참회하지 않으면서 제3의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농후하다.
신영진 부사장이 우연히 얻은 ‘승호의 녹음 파일’로 이찬무 대표를 협박하자, 이찬무 대표는 즉각 “희망슈퍼 살인범”으로 맞대응한다. 둘은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갈등을 보인다. 보통, 신영진 부사장의 협박카드로 상대는 먹일 수도 있을텐데, 정면으로 응수할 정도면 엄청난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은 전개방향이 전혀 없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뿐, 갈등이 폭발하지 않아서 그 장면으로만 그친다.
화합의 장면은 2곳에서 진행된다.
박태석 변호사의 전처인 나은선 판사가 후처인 서영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그동안 발생한 사건들을 핵심적으로 말해주면서, 동우 사건의 진범이 있다는 것까지 말해주자, 서영주씨는 “동우 엄마는 괜잖아요? 동우아빠에게는 우리가 있는데 동우 엄마는 혼자시잖아요”라면서 언어의 표현으로서 위로한다. 참으로 언어의 단어를 선택함에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이런 표현은 정말로 감성적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우 엄마, 동우 아빠”라는 이 표현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사로잡는다.
정진 변호사와 봉선화 비서가 ‘사표’를 박태석 변호사에게 내밀면서, 함께 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이것도 ‘마음의 화합’이다. 과연 대형로펌에 근무하면서 ‘돈보다 마음’, ‘권력보다 진실’의 논리로서 변호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양심(良心)은 사람이 추구해야할 가장 소중한 마음의 다이아몬드이므로.
또 하나의 갈등이 있다. 가장 아픈 갈등은 승호와 승호의 아버지 사이다. 승호는 자백함으로 양심의 감옥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원했다. 승호를 감옥에 가둔 것은 승호 아버지다. 승호가 마음을 뉘우치고 평생 참회하면서 양심의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것이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인생으로서 불행한 일이다. 승호를 가둔 것은 그의 아버지다.
“너를 위한 일이야!!!”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예요!!!”
승호 아버지는 언제나 승호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하지만, 승호는 그것이 승호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응수한다. 즉, 승호를 위한 일이라고 했어도 사실은 이찬무 본인을 위한 일이었던 것이다. 승호는 그저 자신의 죄를 스스로 자백하고 양심을 다시 되찾길 원했을 뿐이다. 둘의 갈등은 너무나 극명하다.
** 나는 오늘 기억 드라마 15회에서 생방송에 출연한 박태석 변호사가 “나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기억을 잃어가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사실입니다. 15년전 희망슈퍼 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권명수 씨의 사건이 바로 그러합니다……
자신의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서 담담하게 인정하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병에 걸렸지만, 자신은 진실을 추구하고, 기억의 소중함을 깨닫는 변호사라는 것, 기억을 잃은 그 순간 자신이 잃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되찾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다는 박태석 변호사의 고백, 잔잔한 물결이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