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5가지 물건
묵주(默珠), 하누만(힌두교 원숭이신), 작은 부처상, 십자가, 메탈 포커 칩
유튜브 동영상 채널과 인터뷰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5가지 물건이 화제다. 언뜻 보기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종교적 상징물들이 그의 주머니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아주 민감한 뇌관처럼 보여지는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엄청난 논란으로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종교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대립과 갈등’의 소재들이 ‘화합과 다양성’의 의미로 색채된 사연들을 보면서, 미국은 미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기독교, 힌두교, 불교, 무신론의 5가지 상징물을 주머니속에서 꺼내 동영상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꺼낸 것은 ‘연출의 의도’가 매우 강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고, 선물을 준 사연의 가치와 문화적 차원에서 이것을 들여다보면 그 생각들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생각하는 지구공동체의 의미는 이러한 종교적 다양성, 민족의 다양성, 다문화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다.
얼마전, 성공회대에서 ‘스님의 특강’을 한학기 내도록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르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교회와 절은 도무지 하나될 수 없는 ‘두 종교’인 듯 한데, 스님이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하는 시대가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의 열린 문화’의 훈훈한 감동이 왔다. 과연 하나는 옳고, 하나는 틀리다는 생각이 옳을까? 나도 옳고 상대도 인정하는 포용의 사랑이 더 옳을까?
때론 불교의 나라로, 때론 유교의 나라로, 때론 동학의 나라로, 때론 기독교의 나라로 종교국가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천지신명(天地神明)을 향힌 순결한 사랑을 바친 정신의 국가임에 틀림없다. 불교가 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문화속에 우리와 함께 호흡하면서 면면히 역사를 이뤄왔고, 공기가 존재하듯 문화로서 이미 함께 존재하는 것이 불교이며, 유교일 것이다. 타종교를 배척하는 것이 과연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의 구원과 상관있을까?
IS는 극단적 이슬람주의로서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을 완성하기 위해서 ‘타인의 살인’을 정당화한다. 남을 죽여야 자신의 구원이 완성된다는 논리는 과거 천주교의 십자군 전쟁에서도 있었다. 남을 죽여야 자신이 구원을 얻는다는 그 종교적 신념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가인이 아벨을 죽인 사건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가인이 옳은가? 아벨이 옳은가? 종교의 파멸은 곧 나를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이다.
나는 오바마처럼 다른 종교의 성물을 주머니속에 넣고 다니지는 않지만, 배타적 종교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나아가 내가 옳다면 남의 생각과 신념과 종교도 존중받아야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극단적 배타주의는 히틀러의 600만명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한다. ‘살인’(殺人)이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면, 사람은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고,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곧 신의 충돌로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종교의 다양성은 민족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UN공동체처럼, 문화적 가치로서 받아드려야하는 인류의 가치가 아닐까?
‘알라신을 믿는 이슬람 족속’이라고 욕을 하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욕하는 것과 같다. 알라신은 곧 하나님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동일한데, 단지 그 이름이 종교집단마다 다를 뿐인데, 오바마 대통령이 주머니속에서 꺼낸 5개의 상징물들이 각각 모양이 다르듯 그러한 호칭의 형상으로 다를 뿐 그 근본은 문화로서 ‘화합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내가 믿는 신념이 중요하면, 상대가 믿는 그 신념도 존중받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같다. 이러한 다양성의 원칙이 깨진다면 아마도 이 세상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차기 미국 대통령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물이 당선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