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터 블랙 18회-극적 반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쓰릴러물이 분명한데, 사건 전개에 있어서 사실상 흡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 이유는 주인공 차지원의 능력한계이다. 연기는 잘하는데 드라마 구성에서 인물의 설정이 ‘뇌동맥류’라는 병을 갖게 만들었다. 작가의 그러한 의도로 민선재와 백은도의 악역이 더 힘이 세지면서 긴장감이 확 떨어지게 된 것이다. 쌍방향의 힘이 팽팽하면서 경쟁해야 재밌는데, 김스완, 서우진, 윤마리, 차지원 등등 누구도 백은도와 민선재에 대항할만한 능력을 갖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사건은 차지원에게 유리하도록 전개된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뇌동맥류의 치명적 손상을 가진 차지원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는 내용으로 전개가 되다가 후반부에 병을 치료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낼 것이면, 차라리 그러한 병이 없는 것으로 해서 막강한 정보력으로 상대방과 싸우는, 그런 슈퍼맨과 같은 몽테크리스토백작(홍길동처럼)을 만들었어도 재밌었을 것인데,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
악역의 연기가 더 강한 반면 선한 역할을 하는 쪽의 인물들이 능력의 한계로 설정되어서 그렇다. 김스완은 기자에 불과하고, 차지원은 환자이고, 윤마리는 이혼하려는 사람이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서우진의 경우도 아웃 사이더의 언론인밖에 안되니, 이야기의 앞뒤가 성립이 안된 것이다.
어쨌든 18회는 거의 종착역까지 왔다. 선우그룹 회장직을 민선재가 미련하게 스스로 물러나면서 끝낸 사건이다. 민선재는 차지원이 얼마 못 산다는 정보를 알고서 스스로 자수를 하면서 사건을 종결시키기로 결심을 바꾼다. 백은도가 차지원과 민선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을 포착, 차지원은 백은도를 전방위적으로 감시하면서 그 속내를 파악한다. 민선재의 동영상을 유출시켜서 민선재와 차지원이 서로 싸우도록 했는데, 차지원이 이것을 알게 된다.
이런 드라마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누가 더 먼저 아느냐의 문제로서, 시청자들에게는 손실이다. 왜냐면 드라마 PD는 모든 것을 알고서 정보를 나중에 보여주면서 시청자를 납득시키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가 PD의 눈으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사건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PD가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해해야하는 황당한 사건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복잡한 속고 속이는 범죄 드라마는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윤마리가 구속되자, 민선재를 경호원들을 대동해서 백은도의 집을 바로 방문한다. 피를 튀기는 몸싸움, 그 현장에 검찰총장과 국회의원까지 있었으니, 윤마리 석방을 제안하면서 그동안 받았던 뇌물자료들을 USB에 담아서 협박한다. 모리노 동영상은 민선재의 발목을 잡은 것이고, 만년필은 백은도의 죄가 담긴 녹음 파일이다. 민선재와 백은도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그런 앙숙의 원수 관계로서, 서로의 더러운 비밀을 잡고 있다.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어야하는 운명의 얽힘이다.
백은도는 본인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스스로 믿는다. 차지원이 김스완(백은영)과 결혼을 한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백은도는 결혼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차지원의 장인어른으로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 그 현장에서 민선재는 스스로 자신의 해임안이 발의되는 줄로 알고서 물러났고, 백은도는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착각, 그때 차지수의 납치 폭행 감금죄로 경찰이 출동했다. 백은도에 대한 죄를 물은 것이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드라마 사건 전개는 아주 머리가 아프다. 그 이유는 정보의 속임수 때문이다. 가령, 고성민 해커가 백은도의 노트북에서 모리노 동영상을 빼돌렸는데, 그것이 백은도가 알면서 유출하는 것으로 재해석되는 상황, 이런 것은 참으로 복잡하다. 단순한 사실을 통한 사건 전개가 오히려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흥미진진하게 한다. 또한 차지수가 눈을 뜨게 되는 그 장면으로 곧바로 백은도가 체포되는 것은 드라마 구성에서 너무 엉뚱하다. 왜냐면 차지수는 전체 사건에서 크게 비중을 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전의 기점은 될 수 있으나, 앞을 못 보다가 눈을 뜨게 되면서 바로 범인을 지목하자 백은도가 체포되고, 감방에서 썩게 된다는 그런 드라마 설정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꼭 끝날 때가 되니까 끝나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