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지구촌 어울림 축제, 세계 결혼 문화 여행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세계 결혼 문화 여행’행사가 취소(取消)됐다는 보도가 없어서, 국제결혼 문화소식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성남시청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5회째 개최되는 지구촌 어울림 한마당은 국내에 거주하는 다양한 다문화 가정들을 중심으로 각 국가의 전통문화, 음식문화, 언어문화를 공유하는 축제이다. 올해는 ‘결혼문화’를 중심으로 어울어지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관람객들에겐 국제사회를 한꺼번에 익힐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축제이며, 다문화 가정들은 국가별로 부스를 마련하고 있어서 ‘결혼식 축제’에 참석한 듯 모두 기념촬영을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일본, 중국, 터키, 베트남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자국(自國)에 대한 자부심이 어떠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렴!!! 대한독립만세의 애국심과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각국 대사관이 존재하듯이, 성남시청 광장에는 30여개국 문화대사관이 설치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쉬운 것은 각국 언어로서 결혼문화가 설명되지 않은 것이고, 자랑스러운 것은 모두 한글로 각국 문화가 소개된 것이다. 국제화 시대 공용어는 ‘영어’이니, 영어로 번역된 설명문이 함께 붙어있거나 혹은 각국 언어로 함께 설명되었다면 자국(自國)이 사람들은 자부심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하늘과 땅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저 멀리 하늘에서 곧 곧 쏟아질 듯 폭우가 얼굴을 내밀어서, ‘결혼문화 여행’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어서 전체 부스를 잰걸음으로 돌았다. 내가 조사한 각국 결혼문화는 다음과 같다.
* 필리핀=신랑 신부측 집안 어르신들은 왠만하면 필리핀 전통 의상 바롱을 입는다. 요즘은 현대적 감각에 맞춰서 세련되어 보이는 바통의상도 많이 판매가 된다. 바롱은 필리핀 현지언어로 따갈로그라고 하고, 필리핀 사람들의 정장이다. 피인애플 섬유를 원단으로 해서 만든 바롱이 최고급으로 분류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시가 1천만원 상당의 바롱을 선물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베트남=베트남 결혼식은 한국, 중국과 마찬가지로 보통 6례를 거친다. ‘6례를 갖춰서 신부를 맞는다’고 하는데, 이는 정식으로 예를 갖춰서 아내를 받아드린다는 뜻이다. 현재는 4가지 절차로 간소화되었다. 중매, 상견례, 약혼, 결혼의 절차를 거친다. 결혼식은 예물을 준비해서 신랑가족, 친천, 친구들과 함께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온다. 신부를 데리고 온 후 잔치를 열어 친척, 친구 및 초대한 손님이 결혼 축하 인사 및 축복 선물, 현금 등을 주고 신랑, 신부와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 우즈베키스탄=‘켈린 살롬’이라는 독특한 결혼문화가 있다. 우즈벡어로 ‘켈린’은 신부, ‘샬롬’은 인사라는 뜻으로 결혼식에서 신부는 천을 머리에 쓰고 얼굴을 가린채 서 있다. 하객들이 결혼 축하와 함께 행복한 결혼문화를 기원하는 인사를 건네며 선물을 주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풍습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통은 신랑의 집에서 신접 살림을 시작한다. 새신부는 아침일찍 일어나서 예쁜 옷을 입고 몸단장을 한 다음에 천으로 얼굴을 가린 후, 상대방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인사를 한다. 손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설령 어린아이가 집에 찾아와도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한다.
* 터키=결혼전야제는 크나의 밤이라고 한다. 결혼식 전날밤 신부의 집에서 여인들을 중심으로 잔치가 벌어진다. 크나라고 불리는 식물로 신부의 손에 물을 들인다고 해서 ‘크나 제제시’ 즉 크나의 밤이라고 한다. 신부 친구들이 촛불을 켜서 마주 들고 촛불 터널을 만들어 주면 화려하게 치장한 신부가 이 터널을 통과해서 치장된 의자에 앉으면 춤과 노래가 시작된다. 놀이가 절정에 이르면 크나 물들이기가 시작된다. 신부 가족 중 어른이 나와 신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 후에 신부의 양손에 크나물감(빨간색)을 놓고 헝겊을 감싼다. 이 때 신부의 오른손에 금화를 같이 넣어준다. 결혼이라는 일생의 행복한 경사를 앞두고 한편으로는 정든 집을 떠나야한다는 착잡한 마음의 신부를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여자들은 어울어져 슬픈 가락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를 기회로 신부는 마음껏 운다. 다음날 아침 신부는 헝겊을 풀고 빨갛게 물들여진 손을 씻는데 밤사이에 손에 있던 금화는 손수건에 잘 싸서 첫날밤 신부에게 선물한다. 신랑은 이것을 행운의 금화로 여겨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결혼식 다음날 터키인들은 아직까지도 신부의 순결을 매우 중하게 여긴다. 첫날밤을 치른 후 신부가 분명히 처녀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신랑은 침대보나 신부의 내의를 시어머니에게 내주는데 침대보는 순결과 행운의 상징이라 하여 서로 가지려고 경쟁한다.
* 중국=중국은 한국과 같이 일부일처를 중시한다. 전통적인 유교사회의 영향으로 예전에는 본인의 의사보다 부모의 결정으로 인해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본인의 마음에 드는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결혼가능 나이는 남자 22세, 여자 20세 이상으로 이 나이가 되면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이 가능하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관공서에서 결혼등록을 하는 절차와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결혼식을 연다.
*일본=결혼식은 관혼상제 중의 하나로 일본인의 통과의례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거주지의 관공서에 혼인서류를 제출하면 새로운 호적이 만들어지면서 공식적으로 혼인이 성립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공식적인 인지를 얻기위해 비싼 의상이나 성대한 피로연을 동반하는 값비싼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 날짜는 고대 중국이나 일본의 점성술을 기초로 해서 불길한 날은 피해서 잡았다. 전통적인 결혼의식은 식전날에 시작되는데 신부는 이날 씨족신이나 절에 참배하고 부모님을 비롯해서 가까운 사람들과 송별 잔치를 연다. 결혼식 당일의 예식은 주로 신랑집에서 거행된다.
* 키르기스스탄=대부분 저녁에 결혼식이 열리고, 초대된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지 않는다. 하객들은 꽃이나 간단한 선물들을 준비하여 저녁을 먹고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긴다. 이들의 축하파티는 대부분 자정을 너머 새벽에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하객들이 도착해 자리를 메우고 음식을 먹으며 파티가 무르익으면, 밖에서 차에 대기하고 있던 신랑신부가 하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식장에 등장한다. 이들의 결혼식은 그 자체가 축하파티다. 주인은 손님들이 밤새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고 하객들은 축의금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놀아주는 것이 이들의 문화이다.
* 러시아=신랑이 신부를 사가는(買) 행위로 시작한다. 이것은 고대 러시아의 결혼 풍습중에 신랑이 그 친구들과 함께 신부의 집에 방문하여 신부와 결혼해야하는 이유를 신부 가족에게 설득하는 과정중 돈과 선물로 신부를 사온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신랑이 신부를 사고 나서 본격적으로 결혼식이 진행된다. 소련 붕괴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복잡한 결혼과정보다는 광장에서의 간단한 결혼식이나 러시아 정교 성당에서 올리는 식을 선호한다. 이렇게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와 친구들은 그 도시의 중요한 장소를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 와중에 샴페인을 마시고 그 잔을 깨뜨리는 행위도 한다. 마지막으로 신랑의 집으로 이동하여 시부모가 준비한 빵과 소금을 손에 대지 않고 입으로 뜯어 먹는데, 이때 더 큰 조각을 물은 쪽이 집안의 가장(家長) 역할을 하게 된다는 풍습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조촐한 연회가 이어지고 연회후에 결혼식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