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 1회 –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
고현정,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신성우, 조인성, 성동일, 장현성, 다이엘 헤니, 이광수… 초호화 배우 캐스팅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한 추억의 공감 드라마이다. 19금(金)이 확실하다. 조희자(김혜자) 박완(고현정)이 노처녀로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지만, 젊음은 탱탱하다면서 유방을 손으로 확 쥔다. 물컹물컹, 여자들끼리 수수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 신선하면서도 일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특별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어머니와 자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의 관계, 고독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그러한 것, 바람피는 남자에 대한 해결 등등….. 사회적으로 가정파탄을 만드는 그런 사건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아주 사소하게 처리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연을 생각게 한다.
드라마의 진행은 고현정의 나래이션으로 시작된다. 고현정은 여전히 한국연예계의 톱스타이다. 초호화 명배우들속에서 가장 어린 역할이다. 시니어 배우들속에서는 여전히 탱탱한 젊음을 유지하는 그녀, 드라마속에서도 아직 결혼을 못한 노처녀이다. 성질은 개떡같다. 열이 받으면 그냥 들이박는다. 담배를 피우고, 아직 여자가 담배피우는 것이 문화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탓에 담배연기 없애는 향수를 뿌리는 에티켓을 안다.
김혜자가 정말 압권이다. 연기는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평생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으니, 별들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디어 마이 프렌즈, 무슨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노인들의 수다떠는 사건들, 소소한 일상의 다툼, 대화, 추억, 옛날 화풀이, 가족의 속상한 사건, 그런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흡인력은 대단하다. 내용전달도 좋다. 오랜만에 열린 동문회에 참석하는데, 고현정이 운전해서 가다가 김혜자가 큰 것이 급한 듯…… 고현정은 10분만 참으라고 하는데, 고두심과 나문희는 “니가 우리 나이 되봐!!! 밑이 허전해!!! 그냥 내려서 저기 나무 밑으로 가!!!” 치마를 들고 뛰는데 시니어의 애환과 가슴 뭉클한 사연이 그 장면 하나로 이해가 된다. 사람은 늙으면 그 세월속에 변하는 것이니 이해하고 사는 것이다.
나문희와 신구는 서로 부부사이다. 신구는 구두쇠, 말로만 나문희와 세계여행을 하겠다고 허허실실 약속을 하는데, 말로 떠드는 공수표다. 모아 놓은 돈만 엄청 많지, 함께 돈을 쓸 줄은 전혀 모른다. 그래도 나문희는 딸들 집에 찾아다니면서 1주일에 30만원 돈벌이를 한다. 그 돈으로 요양원에 보내서 자기 어머니 병수발을 한다. 착한 효녀다.
고현정을 딸로 두고 있는 고두심이 그래도 제일 잘 나가는 식당을 운영한다. 그런데, 박원숙(이영원)과는 앙숙이다. 원래 둘은 엄청나게 친한 절친이었다. 고두심의 남편이 동창의 숙희와 바람이 났는데, 그것도 집 안방에서 뒹굴었다. 그것을 박원숙이 봤는데 전혀 말을 안해준 것이다. 그것 때문에 고두심은 박원숙와 절교를 선언하고 30년 넘게 서로 안보고 지냈다. 썩을 잡년, 서로 원수지간이다.
젊은 시절,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폭풍이 치면서 가슴앓이, 분노가 치밀었을 사건들인데….. 동문회에서 옛날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내년에는 우리 올까?” 못 오면 죽었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의 풋풋한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 김혜자가 필리핀에서 언어불통의 감옥생활을 견디다가 다시 한국에 입국해서, 어떤 빌딩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정말로 아찔한 느낌이 들게 한다. 촬영감독이 사람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평생 살아온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아래를 내려다보는 절벽같은 그 심경이 옥상에서 쳐다보는 그것처럼 그러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