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주정치 특징 –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중간형
정진석 원내대표, “상시 청문회법 통과시 국정 마비” 경고
대한민국 정치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형이다. 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장관을 임명한다.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수상(首相)이 행정부의 권한을 갖고, 국회의원들이 장관으로 임명된다.
일본이나 영국은 의원내각제이다. 의원내각제에서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다수당에서 선출된 ‘총리’ 혹은 ‘수상’이 행정부 수반이 된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대통령의 권한이다. 영국에는 여왕이 있고, 일본에는 왕이 있지만 이들은 존재만 할 뿐 통치는 하지 않는다. 실제 권한 행사는 의회의 수장(총리 또는 수상)이 행한다.
우리나라는 국회와 행정부가 분리된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각각이다. 그런데, 보통 대통령제에서는 장관에 국회의원이 임명되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특징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엄격한 분리로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의원 내각제는 입법부에서 법을 만들어 그 법률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행정부 수장, 국회의원이 장관을 맡는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지만,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도록 했고, 또한 정부에서 ‘정부 입법 발의안’으로 법률을 제정할 수도 있다. 물론 통과는 국회에서 하지만, 법을 만드는 권한이 정부에도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법률 제정권’과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가능하고, 의원내각제에서 사용하는 ‘국무총리’가 존재하니,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정치형태이다.
만약, 여당(與黨)에서 국회를 장악하면, 행정부가 원하는 법률을 마음껏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행정부가 입법권까지 동시에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대통령이 ‘절대적 통치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자칫,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발표하면서 ‘쟁점법안의 경우, 3/5 통과’라는 법률이 통과됐다. 1/2과 3/5는 엄청나게 차이가 많다. 국회의원 총수 300명에 대한 3/5는 180명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쟁점법안 통과에 새누리당의 법률안이 쉽게 통과되지 못하였다.
19대 국회는 5월 29일에 임기가 끝난다. 20대 국회는 5월 30일부터 시작한다. 정의화 19대 국회의장은 5월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을 통과시켰고, 5월 23일 정부로 이송했다. 정부는 15일 안에 공포 또는 거부권을 결정해야한다.
상시 청문회법은 쟁점 법률안에 대해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 실시’를 가능하도록 해놨다. 현재 법률에서는 청문회가 300명이 모이는 본회의에서 가능하고, 공식적인 국정감사에서 실시된다. 해당 법률이 통과되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날마다 정부의 장관, 기업, 실무진을 불러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 의회의 권한이 매우 강해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청문회 남발로 행정부가 마비될 것이다. 예를 들어 누리 과정 예산 문제는 소관 상임위가 기획재정, 교육문화, 보건복지, 운영, 여성가족위 등 5개나 된다. 국회가 열리면 공무원들이 여의도에 와 있느라 정부 세종청사가 텅텅 빈다는데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지면 사실상 정부 업무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동이부화’(同而不和) 현상을 겪고 있다. 여당의 테두리안에 있으면서 서로 화합하지 못한채 ‘친박’과 ‘비박’으로 쌈박질을 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의 추천을 받았는데, 혁신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했는데 ‘비박 출신 인물’로 지도자를 임명하자 ‘친박계’에서 불참선언을 하면서 새누리당 혁신위원회는 개최조차 못했고, 정진석은 ‘낀박’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박’ 신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67석이다.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선진화법 상시 청문회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가결될 확률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률은 20대 국회에서 다시 본회의 상정이 될 것이고 2/3의 찬성이 있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300명의 2/3는 200명이며, 여당측에서 30명이 해당 법률에 동의하면 ‘확정’된다.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은 ‘非박근혜’ 세력으로 형성되면서 ‘의회 민주주의’로서 ‘상시 청문회법’의 통과의 확률이 높아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후 상시 청문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면서 ‘거부권 행사’를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20대 국회의 첫 시작점에 국회의 법률안을 거부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은 국회와 대립각을 세워야한다.
정부 청사는 현재 ‘세종시’(충남)에 있다. 상시 청문회법이 실시되면 장관을 비롯해 정부 부처 실무진은 서울에 상주해야한다. 정부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반면, 의회의 권한이 강화되면 행정부의 잘못된 예산집행을 조기에 바로 잡을 수 있으며,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껏 ‘속도 높이기’에 몰입했다. 그런데, 집값이 치솟으면서 경제발전의 속도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으나, 그것은 ‘신기루같은 거품’으로 제거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의 업적은 매번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성과로 포장되었다. 그런데 왜 국민경제는 이처럼 힘들까?
정권을 잡은 정부가 ‘자신들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서 경제배분에 실패했으면서, 가계 채무가 1300조에 달하기까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였다. 이제는 정부가 요구하는 정부입법 발의안에 무조건 손을 들어줄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입법권을 확보하고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균형과 견제’의 대통령제가 실시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의회 19대 국회의장이 ‘상시 청문회법’을 가결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새로운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