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동명이인이 함께 산다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의 확률일까? 우연과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쳐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미 사망한 진짜 PL그룹 회장의 아들을 대신해서 오수가 신분 사기를 쳤다. 모두가 깜빡 속일 수 있도록 준비한 것. 오수와 함께 다니는 박진성은 오수의 계획을 말하자, 함께 하겠다고 편을 든다. 진짜 오수가 가지고 있던 어머니의 유품들이 있으니 승산있는 게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문희선(오수를 사랑하는 동생)는 대놓고 반대한다. 남을 속이면서까지 그렇게 인생 거지같이 살아서 뭐할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오수는 마음을 담아 한마디 한다. “살아 있으니 살고싶다”고. 오수가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다. 살아있으니 살아야겠다는 것.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거창하게 살겠다고 꿈을 꿔본 적도 없지만, 그냥 눈뜨고 살아있으니 살아야겠다는 것. 그리고 문희선도 마음을 돌려서 오수 돕기로 나선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진짜 오수가 갖고 있던 흉터자국까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만들어놓고서, 어머니의 유품을 챙겨서, 어머니가 이대 피아노학과를 나왔으니 모든 것을 구상해서 PL그룹 집을 방문했다. 오수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떠들 것은 못된다. 그러나 그들도 오수가 진짜 친오빠인지 확인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오영의 약혼자가 뜬금없이 “흉터를 확인하자”고 하니, 오수는 단호히 거절한다. 마치 흉터가 없는 것처럼 불안한 듯 혹은 자신있는 듯 상대를 끌어드리려는 속셈이다. 이미 계획된 것이다. 상대가 더 확인하고싶을 정도로 마음을 잡아당긴 다음에 패를 숨기는 것이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흉터자국이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의심한다면’ 모를까, 왜 확인하느냐고 단번에 막을 친다.
그리고 피아노를 매만진다. 그때 박진성은 가방을 가지고 가다가 물을 오수의 손목에 부어버린다. 연출이다. 오수는 양복을 벗으면서 와이셔츠를 돌돌 말아올리는데 흉터자국이 확실히 보이도록 드러낸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을 피아노 위에 올려놓으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어머니의 유품과 흉터자국으로 오수는 진짜 오수로 확인된 것이다.
“어머니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나요?” – 오수
오수와 오영의 대립각이 정말로 팽팽하다. 오수만 그 이유를 몰랐다. 오영은 오직 친오빠만 찾았는데, 가족이 그리워서 날마다 찾았는데, 어려서는 앞을 봤는데 지금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되어서 도무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오영앞에 나타난 오수, 친오빠라는 사람은 친동생의 앞 못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그것에 너무 큰 상처를 받은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니까 피상적인 확인절차만을 확인하려고 한다. 흉터니, 유품이니, 이름이니….. 그러나 오영은 친오빠의 마음을 확인한 것이다. 마음을 보니 친오빠가 아닌 것.
“돈이 목적이면 쉽게 못 가져갈거야!!!” – 오영
오영을 짓밟아서 오수는 오빠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고 했지만, 정반대였다. 싸가지 없는 여동생, 오빠대접을 이따위로 한 여동생이라고 호통을 치자, 오영은 “21년만에 나타난 오빠가 앞을 못보는 여동생에게 왜 눈이 그렇게 됐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함께 마음으로 아파할 줄도 모르고, 그것이 동생대접을 한 것이냐”고 따지는데 오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맞는 말이니….. 마음의 눈을 먼 오수.
오영은 복지관으로 가서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 참석한다. 감독으로서 혼자서 단독 행동을 하는 선수에게 ‘팀웍’을 설명하면서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운동을 하라고 조언하는데….. 백화점에서 잠시 서있다가….. 오수의 계획이다. 혼자 남겨진 오영에게 수많은 인파는 어둠속이다. 아무리 지팡이를 짚어도 갈 곳이 어딘줄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지팡이로 잘못 짚어서 물에 빠져버렸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때 오수가 손을 내민다. “너는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협력을 말하면서, 너는 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니, 지금도 나의 도움을 받지 않을 거니?”라고 오수가 말하자, 오영은 부들부들 떨면서 어떤 방법이 없으니 붙잡고 나온다. 그리고 전철역에서 지하철이 오고 있다. 오영은 죽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돈이 필요하면, 그 돈이 정말로 받고 싶다면, 지금 내 등을 밀어”라고 오영이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는데….. 얼마나 처절한 절벽의 삶을 살았으면 그러할까? 앞을 못 본다는 것은 어둠이며, 그 자체가 날마다 지팡이 끝에서 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