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서평]=황금방울새 2부 p180을 넘어가면서, 주인공 시오와 보리스가 우연히 만나는 그 장면을 읽으면서, 손끝이 떨렸다. 도나 타트의 작가가 쓴 이 작품이 얼마나 사람을 폭풍치듯이, 그리고 주인공에게 상실의 고통을 주면서 그 결국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이러한 반전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소설의 맛을 다시 한번 느꼈다.
1년 전 즈음 산 이 책은 너무 두껍고, 묵직하고, 읽기가 매우 지루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이야기의 사건 전개가 나오지 않고, 장면마다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면서 마치 그림을 오랫동안 감상해야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정물화를 보는 듯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모세혈관까지 보여주는 사진처럼 사람의 심리묘사와 장면의 매우 세밀한 설명들은 그림보다 글이 더 선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유와 상실’의 정체성에 대해서 책을 읽다보면 분명하게 알게 해준다. 어쩌면 황금방울새는 주인공이 말했듯이 주인공 자신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독자는 책을 읽음으로 ‘시오’가 되니, 우리는 모두 황금방울새와 같은 명작이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분실되듯이,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그 행방처럼 우리는 현대문명속에서 실종당했다.
아직 이야기의 끝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첫 시작부분에서 도대체 왜 그 할아버지가 황금방울새 명작을 ‘시오’에게 주었을까? 그 할아버지는 명작을 어떻게 얻었을까? 주인공은 지금껏 그 질문을 전혀 하지 않은 듯 했다. 그 할아버지가 반지를 주면서 황금방울새 명작도 맡긴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 할아버지는 미술관에서 그것을 그 순간 얻었는지….. 나는 정말로 그 작은 사건에 엄청난 비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지만 도나 타트가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사뭇 궁금하다.
피파(미술관 폭파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주인공 시오와 그 미술관 폭팔 사건에 대해서 함구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오만 어쩌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알면서 침묵한 것일 수도 있다. 시오의 어머니는 도대체 왜 죽어야만 했을까? 그저 미술관 폭팔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폭발은 누가 한 것일까? 그것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단지, 보리스의 아버지가 폭발전문이라는 것인데, 미술관 폭발까지 연결짓기에는 우연의 개연성이 너무 짙은 것 같고……
보리스를 만난 지금, 아직 300p 분량의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결론은 하나인 것 같다. 영혼을 파멸시키는 마약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소설 곳곳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게 그 먀약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들을 상실해간다는 것, 상실하고도 그 잃어버림을 모르는 ‘망각의 상실’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며 산다는 것, ‘기쁨’을 위해서 마약을 흡입하지만, 정작 ‘기쁨’은 증발되고 만다는 것, 그것이 소설 밑바탕에 깔려있다.
*** 늦게나마 이 소설을 완독하기에 이르러 좋다. 초반부에 속도감을 낼 수 있게 사건전개를 조금 빠르게 해줬더라면….. 그것 말고는 정말로 지루하지 않고, 거대한 감동의 폭풍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1000p에 육박하는 내용이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