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들킬뻔한 오수의 모습은 다행히 ‘고양이’ 덕분에 살았다. 오수는 몰래 오영의 비밀창고를 숨어 들었고, 그곳에서 오영의 눈이 수술을 안해서 생긴 것을 알게 된다. 엄청난 비리와 음모가 얼룩져진 상류사회의 지하감옥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영의 눈이 조금은 보인다는 것. 뭔가 문제가 생긴 듯 요즈음 오영은 계속 눈이 지독하게 아파온다. 죽음의 경종을 알리는 듯, 그래서 오영은 ‘유언장’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힘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극적인 반전은 개연성으로 전개된다. 문희선은 오수를 무척 좋아하지만, 오수는 외면한다. 그래도 믿을만한 것은 희선밖에 없다. 갇힌 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안에 와서 보니, 온갖 화초들이 모두 죽어있고, 비밀창고에는 추억들이 가득하다. 솜사탕을 물고 물면서 가는 아이들….. 어린 두 아이
다음날, 문희선은 플로리스트 직업답게 꽃을 엄청나게 가져와서 온실을 꽃향기로 가득 메운다. 왕비서는 “내 허락없이는 하지 말아요”라고 하자, 오수는 “영이를 위한 일입니다”라고 반박한다. 풍경소리 가득한 창문에서 오영이 내려다본다. 어머니의 온실이 이제 꽃향기로 가득하다. 이런 것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어쩌면 왕비서는 오영의 눈을 멀게 하고서 자신이 어머니의 흉내를 내는 것일 뿐, 오영을 장남감처럼 그저 기계처럼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해맑게 웃으면서 오영의 손으로 직접 꽃도 심게 하고, 호수로 물을 뿌리면서 노는 모습에 왕비서는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온실 꽃밭에서 왕비서가 앉아서 ‘엄마 흉내’를 내자, 오수는 단호하게 “당신은 법정 대리인, 보모일 뿐 엄마가 아닙니다”라고 못을 박는다.
손미라는 오영의 유일한 학교동창, 그런데 동창회에 오영이 안간다고 버틴다. 가야지 자기 남친의 사랑고백을 받을 수가 있는데, 절호의 기회인데, 오영이 안가면 자기도 갈 수가 없으니 안절부절…. 손미라는 오수에게 부탁해서 오영이 동창회에 참석하도록 독려한다.
오수는 자기 옷을 사고 싶다고 백화점에 들러서 가장 멋진 옷을 장만하고, 오영의 얼굴에 화장도 하고, 가장 멋진 옷도 사고….. 오영은 “나는 그냥 입어”라고 하자, 오수는 “나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멋지게 입어줘”라고 둘러댄다. 오영은 이제 비로서 주변의 사람들과 교감의 눈을 뜨게 된다. ‘도와줘’의 사소한 부탁은 남과의 교감이다. 사람은 서로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다.
모든 것을 갖추고, 가는 길에 ‘동창회’의 말을 듣자, 오영은 당장에 차를 세우게 하고서 내려버린다. ‘악’을 쓰니 오수도 차를 세운다. 둘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오영은 이미 마음의 문을 닫고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고독하게 스스로 갇혔다.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 뿐이다. 그때 오수는 “언제까지 혼자서 그렇게 살 것이냐”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라고 충고한다.
심중태는 오수의 선배, 그런데 중태가 오수의 팔에 상처를 입힌 장본인이다. 상처의 위치는 왼쪽이다. 중태가 오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화상 상처때문인데, 둘이 만났다. 만나면 절대로 안되는 상황인데, 오수는 오히려 더 대범하게 팔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함께 요리를 한다. 어차피 갈대로 갔으니까 해보자는 것이다. 심중태는 본인의 기억으로 분명 왼쪽 팔인데 오른쪽 팔에 화상 자국이 있으니까 스스로 헤깔려한다.
오수 : 흉터는 이렇게 생생한데, 기억은 가물가물하죠. 흉터는 기억보다 더 기억력이 뚜렷하죠.
중태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한다. 자기가 입힌 상처니까 그렇다. 중태는 마음이 뜨끔하면서 오수의 눈치만 살피는데, 나중에 모든 앨범을 뒤지면서 오수와 함께 찍었던 사진중에서 여름에 반팔을 하고서 찍은 것을 찾아본다. 본인의 기억이 분명히 왼손인데 오른손에 그 상처가 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약혼자가 와서 오수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니, 오수는 오영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먼저 나와버린다. 그때 지나가는 길에 문구점에서 옛날의 사진을 추억할 수 있는 장면이 연상되면서 비로서 ‘우리의 추억, 내가 울면 달래주던 그것’이 솜사탕인 것을 알아낸다. 솜사탕을 구해서 뒷좌석에 넣고서, 다시 동창회로 가서 오영을 만나는데, 오영은 찬바람이다. “이미 갔었잖아!!!”
토라진, 냉랭해진 오영의 마음앞에 솜사탕을 선물하자, 얼굴이 뭉게구름으로 변화한다. 추억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흩어지게 하고 다시 뭉치게 하면서 교감의 작용을 하게 한다. 오영은 눈이 안 보이지만 어쩌면 추억의 공간이 닫혀서 혼자의 세계에 갇히면서 자신만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외부의 세계에 눈을 떠가는 오영, 엄마와 늘 함께 가던 그 강가에 가자고 하니, 그곳은 진짜 오수의 유골이 뿌려진 곳이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추억한 오영은 그냥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데…. 오수는 너무나 깜짝 놀래서 쫓아가 구하는데, 오영은 시간만 있으면 자살하려고 충동을 느끼는데….. 물에서 건져내서 오수가 손으로 뺨을 때린다. 어린시절 오빠가 그랬듯이, 오영은 비로서 오빠의 흔적이 마음에 쿵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