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옥중화 드라마는 총 50부작, 이제 1/5이 지났다. 10회 분량으로 체탐인의 정치적 영향력, 명나라의 속국으로 조선의 열악한 정치상황, 의금부와 포도청의 권력투쟁, 문정왕후와 윤원형 대감의 권력암투(남매지간)가 진행됐다. 큰 축은 ‘박태수의 죽음’을 둘러싼 윤원형 대감과 문정왕후의 대립각이다.
간신히 전옥서 지하감옥을 탈출해, 서울 인근 야산에 숨어 있었지만, 금새 은신처가 발각되었다. 먹을 것 때문이다. 지금은 슈퍼도 발달하고, 먹는 것이 공기를 마시듯 쉽지만, 조선시대는 그렇지 않았다. 포도청에서는 옥녀의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밀착 감시를 하면서, 지천득의 뒤를 미행해서 은신처를 발견하게 된 것. 의금부와 포도청이 동시에 수색에 나섰으니 서울의 어떤 곳에도 다닐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다행히 옥녀는 체탐인의 수장 강선호를 만나서 목에 칼을 겨누고, ‘어찌 해야하느냐?’고 묻지만, 단지 강선호는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뿐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양심선언을 한다면, 차라리 ‘문정왕후’를 만나도록 조언을 해주는 것이 옳은데, 최완규 작가는 ‘강선호 체탐인 수장’을 현실적 전략가보다는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묘사한 듯 하다.
윤태원이 평소 어머니처럼 모신 윤원형의 본부인의 집에 들렀다. 옥녀가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은신처일 수도 있다. 윤원형 대감의 본부인이면서, 윤원형 대감은 정난정의 집에 거의 살다시피하니, 조용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 쥐새끼처럼 정난정의 수족으로 움직이는 하녀가 존재한다. 그 하녀는 독약을 매일 조금씩 국에 타면서 본부인의 건강을 나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잔인한 배신이다. 서서히 기침을 하면서 기력이 빠져나가는데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빠지는 것, 하녀가 속이니 알 수가 없다. 본부인이 결국 죽게 되면, 그 하녀는 비밀을 알기 때문에 정난정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암살하고 말 것이다. 이 하녀가 옥녀의 얼굴을 알아보고서, 쪼르르르르 정난정의 집에 가서 ‘현상수배된 인물’이라고 정보를 준다.
옥녀는 쥐도새도 모르게 포도청에 잡혀가서 죽게 될 운명이었다. 다행히 내금위 종사관이 윤태원을 찾아왔을 때, 윤태원은 옥녀의 말(내금위 종사관과 만남)이 기억나면서, 옥녀의 행방을 알려줬고, 포도청으로 끌려갈 옥녀를 놓고서 포도청과 내금위가 힘대결에 나서는데…. 문정왕후의 정치권력이 훨씬 큼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윤원형 대감의 권력이 높아도, 문정왕후로 인해 생긴 윤원형 대감의 권력일 뿐이다.
옥녀의 행방이 서울 안팎으로 발칵 뒤집혔고, 박태수의 죽음 뿐만 아니라 명나라 사신의 암살사건은 신하들도 분명 알고있는 정보일 것인데, 문정왕후와 윤원형만 아는 비밀로 처리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왕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몰랐을까? 또한 의정부와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등도 그러할까? 어쩌면 이 드라마는 문정왕후와 윤원형(정난정)의 정치대결을 다루는 독특한 첩보 드라마인 것 같다.
** 11회부터는 옥녀의 어머니 죽음, 박태수의 아들에 얽힌 사연들이 새로운 갈등구조로 전개될 것 같다. 윤태원의 경우, 윤원형의 아들로서 윤원형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속마음이 이미 드러난 갈등이지만, 옥녀의 어머니와 박태수의 아들은 아직 사연이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인종의 암살의혹 사건도 수면위에 떠오를 수도 있다.
** 모든 세계는 2개의 힘으로 존재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변증법’으로 진리를 추구했다. 헤겔의 변증법(辨證法)을 다른 말로 ‘정반합 이론’이라고 한다. 변증법(辨證法)은 변론해서 증명하는 방법이다. 정반합(正反合)은 기존의 ‘정’과 정에 정반대의 개념 ‘반’과 정과 반이 합쳐진 ‘합’이 새롭게 창조되면서 진리는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옥중화에서 보여지는 정(正)은 문정왕후이다. 반(反)은 윤원형 대감이다. 이처럼 서로 상대되는 반대편을 찾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야당과 여당을 찾고, ‘국회’와 ‘행정부’의 대립구도를 찾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정확히 구분하듯이, 힘의 대결에서 ‘정’과 ‘반’을 정확히 알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종교의 개념으로는 ‘선’과 ‘악’의 구도이다.
‘정’에 대항해서 ‘반’이 만들어지고, ‘정과 반’이 서로 충돌하면서 새로운 ‘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10년, 100년 등 역사의 시간이 흐르게 된다. 음식은 10분, 1시간만에 가능하지만, ‘정’에서 ‘반’이 만들어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정과 반의 충돌’을 통해서 ‘합’이 만들어지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