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알약’에 대해, 영이와 오수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알약통을 던지면서, “안락사 시키는 알약으로 그렇게 쉬웠을텐데…”라고 말하면서 둘은 벽이 생기고 말았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경계의 불신. 오수는 영이를 까페로 데려가서, “살아야할 이유가 없는데 내가 왜 살아야하나, 그 약은 내거야”라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 떠날게 – 오수
그 한마디에 더 큰 충격을 받은 영이, 떠난다는 말은 앞을 보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앞을 못보는 사람은 남아야하는 것, 떠난다는 말에 더 큰 상처를 받은 영이는 벌떡 일어나버린다. 급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영이는 뇌종양 재발로 인해서 쓰러져버린다. 입원한 곳은 오수가 늘 알고있는 뇌전문병원(조무철의 누나가 근무하는 곳)이다.
영이로서는 뇌종양을 다시 수술로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살고싶은 이유가 없는 것, 왕비서의 인형으로 존재하는 것이니,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장변호사도 믿을 수 없고, 오빠라고 나타났는데 그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본인은 무슨 희망으로 살 수 있을까? 뇌수술 전문병원에서도 ‘수술하자’고 했지만, 영이는 ‘가능성의 확률’을 묻고, 의사의 침묵에 그냥 나와버린다. 조무철의 누나는 ‘수술불가’ 판정을 내린다.
수술을 하느니, 마느니, 어떤 명확한 진단이 없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이상하다. PL그룹의 엄청난 경제권력도 내부에 비서가 권력을 독점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버릴 수도 있다. 왕비서가 권력의 칼자루를 잡았고, 영이가 죽으면 왕비서도 끝이다. 영이가 살아있으니까 왕비서가 서류작업의 중간 권력을 차지한 것이다.
약혼자 본부장도 여자문제가 불거졌다. 오수는 절대로 진성에게 본부장 협박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성이 오수의 조언을 거부하고, 협박문자를 보냈다가 오히려 오수가 밀리게 된다. 장변호사-왕비서-약혼자 3명이 짜고 있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3명 중에서 그래도 양심이 살아있다면 그것은 장변호사다. 오수는 장변호사에게 진실을 폭로하기로 마음을 먹는데……
“증거를 가져와. 그럼 믿을께” – 장변호사
오수에게는 영이의 어린시절 영상녹화분이 있는데 왜 그걸 보여주지 않은 것일까? 소용이 없는 것일까? 왕비서가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서 눈과 귀를 조작하면 그렇게 돌아가버린다. 문제라면 정말로 문제다. 오수는 분명 오수가 아닌데, 아무리 봉사여도 사람의 존엄성을 짓밟으면서 인형처럼 가지고 노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오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영이의 수술을 성공시키고 자신은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다.
오수의 상처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라는 증거를 가진 사진이 발견된다. 그 증거는 오수가 가짜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데, 사실 이러한 사건은 오수가 괜히 상처를 보여주면서 불거진 것이다. 상처의 위치를 보여줄 이유가 없는데, 가족들은 모르는 문제였고, 영이조차 상처의 위치를 기억하지 않은데, 상처를 낸 사람은 그것을 명확히 기억하는데, 그 사람앞에서 흉터를 보여줬으니….. 일종의 객기가 만들어낸 자신의 치부라고나 할까?
10회에서 왕비서의 가면이 완전히 드러났다. 왕비서는 몰래 엄청난 돈을 빼돌렸고, 후계자를 물색해서 자신이 원하는 본부장을 약혼자로 내정하고, 그 약혼자가 회사자금을 마음대로 유용하자, 약혼파기를 선언해버리고, 영이의 수술병원까지도 마음대로 지정하고….. 병원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지정하는 이유는 ‘눈수술’ 때문이다. 눈은 분명 치료하면 고칠 수 있는데 너무 많이 방치해서 고장난 것이다. 그런데 왕비서는 병원마다 의사들에게 돈을 주면서 거짓진료를 하도록 조작했고, 영이의 눈이 영원히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가장 무서운 범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