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13회에서 오수의 정체는 모두 탄로났고, 게다가 왕비서의 실체도 드러났다. 본부장의 정체도, 장변호사의 정체도 모두 탄로났다. 과연 이제 드라마는 어디로 가는가? 시각 장애인의 위치에 있는 영이가 어떻게 모든 마음을 쥐고, 쥐락펴락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시청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송혜교의 감성연기는 역시, 대단하다.
영이만 알고있었던 그 비밀의 방, 추억의 방에서 여러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영이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알고, 자신이 느꼈던 그 모든 감정의 실체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남자로서 오수를 사랑했는데, 오빠인줄 알았는데 오빠와 동명이인의 그 사기꾼 갬블러 오수였다는 것,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그 상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꽃은 그 거짓의 상처로 헝클어진 영이의 모습에서 오수는 어찌 해야하나?
영이는 감정을 완전히 통제했다. 왕비서보다 더 지독하게 자기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아픔도 참고, 모든 표정을 다스리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왕비서와 20년의 인연, 그리고 오수와 인연을 하나씩 정리하려고 모든 구상을 다시 짰다. 먼저 왕비서와 드레스를 맞추려고 조용히 함께 나가서, 둘이 서로 사진을 촬영했다. 왕비서만을 위해서, 왕비서가 입고싶은 그 드레스를 입고서, 손을 가만히 잡고 말한다.
“20년 세월 함께 했죠? 수술이 끝나면, 제가 눈을 뜰테니 그때는 왕비서님의 도움이 필요없겠어요. 나가주세요” – 오영
소름이 확 돋는다. 얼마나 상처가 깊었으면, 감정을 전혀 표출하지 않고 상대가 무방비 상태에 놓였을 그 때에 정곡을 찌를 수가 있을까? 시각 장애인도 마음이 있으니 상대방의 마음을 쥐락펴락 가지고 놀 수 있다.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것에 대해서, 영이는 그대로 복수한 것이다. 결혼으로 가지고 놀았으니, 왕비서를 데리고 가서 그대로 엎어버렸다. 본부장에게도 문자로 ‘파혼’이라고 통고하고, 회장선거에도 다른 후보들이 출마하도록 권유까지 했다.
이제 마지막 오수와 마음 정리다. ‘이태리’에 여행을 갈까? 그렇게 묻는 것은 너무 뻔히 보이는 질문이다. 오수는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다. ‘지리산 엄마와 아빠가 갔던 그곳’이라고 말하니, 오수는 기억이 날 수도 없으니, 모른다고 대답했다. 즐겁게 웃으면서 밥을 해먹었던 그곳으로 가자고… 그곳으로 가자고…. 장작도 패고…. 된장찌개도 먹고…. 그렇게 모든 식사를 마치고….. 영이가 묻는다. ‘사기꾼 오수’에 대해서. 정곡을 찌른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밤새도록 울었어. 엄마와 아빠는 밤새도록 싸웠고, 아침이 되자, 오빠는 엄마와 가고, 나는 아빠와 가고, 왜 바람을 피웠으냐고, 바람 피게 하니까 바람을 피웠다고….. 잔인한 기억의 파편” – 영이
노희경 작가는 참말로 극적인 연출의 천재적 감각이 있는 것 같다. 지리산의 기억을 ‘이혼의 그 현장’으로 연출하면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소설의 겹겹이 쌓인 복선과 감정의 단층들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오수는 ‘가짜 증명서’라는 것.
멀쩡한 사람들을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 영이가 완전히 흔들어 버렸다. ‘드레스 맞춤’과 ‘지리산 여행’ 두곳으로 영이는 왕비서와 오수 모두에게 정곡을 찔렀다. 그러나, 오수의 진실한 사랑은 아직 영이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마음으로 영이를 위했다는 그 사실, 시작은 아니었으나 ‘죽기를 고집하는 영이’를 보면서 오수가 서서로 마음이 달라졌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쳤다는 그 진실은 아직 영이가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