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장창훈 교육위원] = 6월 5일 화창한 여름이 아침을 깨웠다. 주일(主日)은 “주님의 날”로 누군가 정의하지만, 그 보다는 ‘주님을 만나는 날’로 나는 정의한다. 본래 우주와 시간은 주님의 것이므로. 우주(宇宙)는 우(宇)라는 공간의 축과 주(宙)라는 시간의 축이 만들어낸 별들의 그릇이다. 정명석 목사님이 직접 친필로 집필한 오늘의 주일말씀 제목은 ‘사람도 대하고 쓰기에 달려있고, 환경도 대하고 쓰기에 달려있다’이다. 본문은 요한복음 5장 24절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기록한다. 직업이 언론인으로 살다보니 기록한 노트를 보면서 글을 쓰는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있다. 일요일과 수요일에는 꼬박꼬박 교회에 참석해서 단상에서 전해지는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를 향한 그 깊고 은은한 음성을 들어보려고 애쓴다. 쉽지는 않다. 눈은 떴지만, 내 주관의 꺼풀이 가려서 못 보는 경우, 귀는 있지만 비유의 뜻을 몰라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핵심은 자신의 성격과 인격을 고치면서 오늘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볼펜끝과 볼펜옆면=오늘 말씀중에서 가장 은혜로운 부분이다. 정명석 목사님(=R)이 설교원문을 기록하는데 볼펜 끝에 툭 찔리면서 깊은 묵시의 영감으로 깨달은 말씀이 전해졌다. 볼펜끝으로 대하면 누구나 싫어하고, 볼펜옆면으로 대하면 부드러우니까 좋은 것이다. 볼펜끝은 직접화법, 볼펜옆면은 간접화법을 의미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모순을 발견하고, 그 모순을 향해서 정의의 칼을 뽑는다. 과연 그것이 정의로운가? 모순도 문제지만, 그 모순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칼끝도 문제다. 나에게도 이런 모순의 칼끝이 있다. 불의(不義)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의로운 목청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는 가시의 요소가 촘촘히 박히게 한 듯 하다. 말의 상처는 오랫동안 통증을 유발한다.
– 담배 피우는 흡연가
– 술마시는 술중독자
– 여자친구(남친) 사귀는 자
3부류의 사람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블랙 리스트’이다. J이 담배를 피웠다는 성경구절은 없다. 물론 J이 포도주(와인)을 마셨다는 성경구절은 존재한다. 마지막 만찬에서도 포도주로 제자들과 마셨다. 유럽에서 포도주는 우리나라의 전통음료 ‘식혜와 수정과, 숭늉’ 정도로 이해해야지, 와인을 막걸리로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 같다.
나는 1992년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전역하고도 끊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독(中毒)은 마치 감옥과 같아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은 중력권을 탈출하는 우주선의 추진력보다 강력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결단의 각오와 칼로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내는 것, 생선을 좋아하는 곰이 마늘과 쑥만 먹으면서 동굴에서 버티는 그 인내의 고단함으로 가능할 것 같다. 1999년에 겨우 담배와 술을 끊었는데 아주 힘들었다. 그때 끊지 않았다면, 아마도 언론인으로 살다보니 담배와 술에 쩔어서 얼굴과 몸이 많이 상했을 것 같은데, 몸과 마음은 편하다. 사람이 괴로우니 담배와 술을 먹으면서 그 고통을 잊으려고 하는데, 괴로운 인생살이 고통은 끊임없지만 그렇다고 담배로 해결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자기라는 그릇, 자기라는 환경=사도바울은 옥중에서 서신을 써서, 후대에 성경으로 채택되었다. 39권의 구약성경과 27권의 신약성경중에서 신약성경 14권이 바울의 서신이다. 바울을 따라다닌 누가의 기록까지 합하면 훨씬 더 된다.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했다. 환경은 어찌 보면 그 환경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서 변화한다. R의 표현에 따르면, 감옥의 사용용도로 ▲소설과 잡지와 만화를 보는 공간 ▲고통을 겪는 공간 ▲자살하는 공간 ▲사회에서 새출발을 계획하는 공간 ▲새로운 범죄를 계획하는 공간 ▲기도하며 하늘뜻을 깨닫고 전달하는 공간 등이 있다. 결국, 같은 공간도 쓰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초록별을 모두 함께 공유하면서 사용하는데 어떠한 마음으로 사용하는냐로 달라지는 것이다. 지구별의 사용도 그러한데, 시간별의 사용은 어떠하겠는가?
신(囟)은 ‘머리통 신’이라고 한다. 머릿속에 글(文)이 담겨있으니, 머리통이다. 잉크통은 잉크가 담긴 것이고,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담긴 것이고, 밥통은 밥이 담긴 것이고, 휴지통은 휴지가 담긴 것이고, 필통(筆筒)은 붓과 같은 필기구가 담긴 통이다.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느냐가 곧 그 사람의 뇌통(腦筒)을 결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담배와 술은 뇌라는 그릇 자체를 더럽게 하고, 탄력성을 감소시키며, 생각의 마비증상을 일으키니 뇌건강에 매우 나쁜 것은 틀림없다. 담배를 피우면 뇌는 꼭 굴뚝처럼 연기를 뿜어내니….. 나는 간혹 ‘또 오해영’ 드라마를 보는데 그 드라마는 서현진이 연기를 잘하긴 잘하는데 너무 술로 즐기는 그런 내용이 인상을 찌뿌리게 한다. 연출PD가 그런 부분(술로 즐기는 문화)은 좀 더 세련된 문화생활로 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떤 그릇인가=이 질문은 정말로 깊고 신비하고 오묘하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릇비유’를 말하고 있다.
디모데후서 2:20 내 아들아 그러므로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은혜 가운데서 강하라 (중략)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신혼초기 J께 전도돼, 이혼당한 바울은 매우 고달픈 인생을 살았다. 산헤드린 국회의원으로서 대제사장의 기독교인 체포영장(검찰권한)까지 받아서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던 바울이 다메섹에서 돌발변수로 180도 달라진 그 사건은 대표적인 인생표적으로 거론된다. 산헤드린 국회의원 자격으로 ‘자녀와 결혼자격’이 있었으니, 바울은 최소한 결혼과 자녀가 있었던 것으로 성경학자들은 추론한다.
2000년전 그 당시 문화가 어떠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종교의 강을 건넌 바울은 가이사의 ‘루비콘강’보다 더 아픈 사연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바울이 전도한 학생이 디모데이니, 어쩌면 신앙의 자녀로서 애지중지했을 인물이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다”고 교훈하고 있다. 신앙인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R 표현법은 정말로 쉽고, 느낌이 확실하다. ▲요강(要江) ▲물그릇 ▲약단지 ▲음식그릇이다. 요강은 오줌담는 그릇이고, 물그릇은 물을 마시는 그릇, 약단지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그릇이며, 음식그릇은 밥과 반찬을 담는 그릇이다. 같은 그릇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아무래도 귀한 곳에 사용되는 그릇이 되는 것은 본인의 몸부림과 열정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
*** 해당 교육칼럼은 정명석 목사님의 설교원문(2016. 6. 5. 사람도 대하고 쓰기에 달려있고, 환경도 대하고 쓰기에 달려있다)를 듣고, 장창훈 교육위원이 직접 ‘설교에 대한 감동후기’를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교육칼럼 중간의 ‘인용부분’도 장창훈 교육위원이 설교중에 들은 것을 기록한 노트를 옮겨 적은 것으로, 원문의 표현법과 약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