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대박 23회]=말뿐인 정치인들의 대의명분이 얼마나 허울좋은 개살구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 ‘대박’(大樸)이다. 백대길이 주인공이고, 왕인 연잉군(영조)가 오히려 조연이다. 23회에서는 이인좌가 반란군을 모집해서 연잉군과 한판 승부를 대결하는데, 백대길이 참모가 되어서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 때 연잉군의 내부에도 이미 세작(世爵)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가려내기 위해서 백대길이 위험한 도박을 한다. 왕앞에서 칼을 뽑는 것이다. 실전처럼 칼을 뽑자, 백대길이 왕을 배신(背信)한 것으로 착각하고 내부의 첩자들이 왕을 향해 정말로 칼을 뽑는다. 그 순간, 왕에게 칼을 겨눈 2사람을 정말로 처단하는 백대길, 너무 위험한 순간이었다. 배신자를 찾기 위해서 배신을 해야하는 위험한 도박은 현실가운데 있을 턱이 있나?
백대길은 ‘백성’의 편에 섰다. 왕과 이인좌는 서로 상극으로 싸우지만 둘의 소리는 같다. 대의를 위한 백성의 희생이다. 왕도 백성을 위해서 백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왕을 배신한 백성은 백성이 아니고 역도(逆徒)라는 이름으로 처단한다. 백대길은 그들은 백성이라고 끝까지 편을 든다. 정치인들은 늘상 대의라고 하면서 그 대의속에 백성을 죽여버린다. 이인좌도 마찬가지다. 대의를 위해서 백성을 화살받이로 사용하니, 백성의 무엇을 위하여 백성을 희생시킨단 말인가? 어떤 대의도 결국 자신의 이권을 교묘히 숨기는 것일 뿐이다. 이인좌도 자신의 권력 욕심, 탐욕을 위해서 백성들에게 ‘대의’라는 사탕발림으로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백대길이 ‘한판승’으로 동전을 던졌고, 이인좌는 상평통보에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그런데 상평통보가 아니었다. 백대길이 이겼느나, 이인좌는 포기를 하지 않는다. 사소한 상평통보의 내기에도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제서야 백대길은 오기로 한 10만명의 군대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미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박은 쓸데없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오래전에 보다가 말았는데, 벌써 마지막회를 한다니, 연잉군이 영조로서 왕권을 구축하기 전에 신하들과 다툰 권력투쟁이 생생히 그려진 듯 하다. 요즘도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법률을 제정하고, 경제부양책을 실시한다고 해도, 국회에서는 여전히 2년전 그 사건 세월호 참사를 놓고서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박근혜 대통령도 레임덕이 이미 시작된 듯 하다. 과거 조선에서도 말만 왕이지, 귀족들이 이미 권력을 차지하고서 왕의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존재했을 것 같다. 정조 사망(1800년)이후 외척세력이 판을 쳤으니, 60년을 세도정치라고 하는데, 왕의 권력누수가 대놓고 진행되었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