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나의 청년 시절 꿈은 119 소방사였다. 생명을 구원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119의 ‘희생적 사명감’이 정말로 보기에 좋았고, IMF 시절 9급 공무원을 준비했는데 소방사가 제법 도전할 만 했다. 나의 엄마가 “너무 위험한데 국회에서 일하는 공무원 없냐?”고 몇 번 이야기 해서 그 꿈을 접었다.
저녁 먹는데, 장한평에 불이 났다는 카톡이 왔다. 삼촌인 나에게 조카가 보내온 문자였다. 바로 인근이다. 먹는 밥, 그대로 두고서 청바지 빨리 챙겨입고서, 한걸음에 현장에 달려갔다. 조선시대는 불길이 퍼지면, 초가집이고 기와집이고 도시가 타버렸다. 로마시대도 도시에 불이 붙자, 1/3이 화재로 사라졌다. 불을 끌 수 있는 급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다르다. 산불이 나면 헬기를 통해서 물을 뿌리고, 도시에서는 지하도에 있는 급수시설로 물을 뿌린다. 소방차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급수시설에 호스를 연결하고서 물을 뿌리는 것이다.
장평중학교를 지나, 래미안 아파트 후문쪽으로 들어서자, 웅성웅성 마을 주민들이 모여있다. 모두 손으로 입을 막고서, 표정은 ‘안도의 한숨’이다. 소방차도 이제 물을 뿌리지 않을 정도로 불길이 잡혔고, 흰 연기만 모락모락 올라온다.
“불길이 치솟는데, 하늘로 화산이 폭발하듯 올랐어. 내가 제일 먼저 보고 신고했지. 그땐 철렁했어. 소방차가 오더니, 옆에 아파트에 번지지 않게 물을 뿌리고, 불길을 잡는데 물을 뿌리고 2개조로 나눠서 불길을 잡더라구. 이젠 다 잡혔어”
마을 주민의 말이다. 재(災)는 재앙을 말한다. 물(川)과 불(火)의 재앙인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물로 불을 뿌리면 불길이 멈추는데, 재(災)의 위쪽은 아마도 물길이 위로 치솟는 그런 상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에 물로 어찌 불을 끌 수 있었을까? 119 소방차가 불길을 잡지 못했다면, 옆의 아파트도 그대로 날아갔을 것이고, 마을 주민들은 불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민주주의 사회는 ‘행정제도’가 잘 갖춰진 것이다. 누군가 신고를 했는데, 40분만에 불길이 잡히고, 다시 마을은 평온을 유지하고, 집에서 ‘통닭을 먹을 수 있는’ 행복 추구권을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119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안전불감증으로, 구조실패에 대해 행정관료를 문책하는 것에 비판의 관행이 일상이 되버린 시대이지만, 우리 주변에 불길이 치솟을 때, 결국 물을 뿌려주는 사람은 119다. 재앙이 번지지 않게 막아주는 이 아름다운 주황색 아저씨들이 오늘은 웬지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