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표시한 감사의 표현이 현행법 위반에 발목
부당한 감사(監査)에도 감사(感謝)할 수 있는 것은…
[서울교육방송 동구마케팅고 기획취재, 이일섭 행정실장 인터뷰]=동구마케팅고등학교 역사는 70년이 넘었다. 태어난 때는 식민지 치하, 6.25사변과 광주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을 지나서, 성북동 그곳에서 ‘금융권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업자’로 살아야하는 요즘, 동구마케팅고등학교의 취직률은 압도적이다. 이일섭 행정실장이 갑자기 ‘뒷산’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자연속 쉼터”라고 화답했는데, 이일섭 행정실장이 ‘뒷산’ 이야기를 꺼낸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 처음엔 ‘청소년들의 은신처’(?)를 말하려나, 속으로 생각했다.
김환란 박사의 조카가 동구법인의 설립자였다. 7만평의 땅을 기부하면서, 교육사업이 시작됐다. 동구마케팅고등학교의 교육사업은 평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동구법인의 수익사업이 몇몇 있어서, 그것을 통해서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최근 3년동안 30억정도가 학교발전에 투입됐다. 7만평 땅중에서 뒷산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고, APT 주민들의 조망권이 상당히 불편했다. APT 주민들이 구청에 지속적으로 항의하면서, 뒷산 개발의 기회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학교재단에서 뒷산의 개발제한 구역 해제의 민원을 넣게 되었고, 구청에서도 해제해줄 수 있다고 통보가 내려왔다.
그러나, 학수고대해도 보상금 지급이 늦어졌다. 이러저리 알아봐도 대답은 “기다려라”는 것 밖에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보상금 지급이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는 행정기관의 연락을 받게 되었고, 이일섭 행정실장은 학교살림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면서 ‘보상금 미지급’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정치인들의 문을 두드렸다. 지역구 출신 정치인의 어떤 보좌관과 인맥이 있어서 알아보니, 해결될 가능성 있어서, 정치인맥을 동원해서 어렵게 보상금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인정상, 도와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이 당시 고마움의 표시였다. 50년동안 묶여있던 개발제한구역 땅이 풀려서 보상금을 받게 됐으니, 무엇이 아까우랴. 마음을 표시했던 얼마의 금액이 A교사가 지적한 회계비리였다. 어찌 보면, 이일섭 행정실장이 문제를 해결받고, 그 정치인 보좌관을 향해 안면몰수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感謝)한 마음을 표시하는 관행이 현행법 위반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뒷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일섭 행정실장 본인의 아픈 상처를 말했던 것이다.
“문제를 해결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것이지만,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법적 책임을 졌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학교법인을 통해서도 처분을 받았습니다. ‘회계비리’의 내막은 알고보면, 마음을 표시한 것인데, 사연의 진실은 그냥 덮고 무조건 ‘회계비리’라고만 말하니, 대학생이 된 자녀들이 저에게 물어오면, 정말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일섭 행정실장의 표현에 따르면,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A교사를 주축으로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 등교시간이 맞춰서 피켓을 들고 ‘횡령비리 행정실장 파면’을 주장하니, 7년 넘도록 학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개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력을 감당하면서 ‘생존적 투쟁력’으로 버티면서 살아냈던 것이다.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교장선출권, 교감선출권’을 달라고 하니, 법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분쟁과 분란을 일삼으면서 학생들의 소중한 배움의 장소를 볼모로 삼고서 학교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정말로 누가 진정 학생을 위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려졌으면 합니다. 한창 공부해야할 학생들을 억지로 끌고가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길거리 수업을 한다면서 학교재단을 욕하면서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학생을 책임져야할 교사가 오히려 학생을 망치니까 학부모들이 오히려 민원을 넣어서 A교사를 왜 자르지 않냐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학부모마다 A교사가 담임이 되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어요. 우리학교는 교사채용시 비리가 전혀 없는 학교로 유명합니다. 전교조 교사들도 그것만큼은 인정해요. 본인들이 교사채용시 면접만으로 들어왔으니까요. 교사임용면접도 교사들에게 오래전에 넘겼는데, 그 정도면 교사들의 권익이 상당히 보장된 것이 아닐까요?”
동구마케팅고는 교원인사위원회를 운영한다. 다른 학교에는 없는 행정 시스템이다. 보통 사립고는 교장이 교사를 뽑으면서 교사채용 비리가 발생한다. 동구마케팅고는 교원인사위원회에서 교사채용 공고에서 면접까지 진행한다. 충원한 교사가 2명이라면, 3배수(6명)의 후보를 면접으로 뽑은 다음에, 후보자들을 교장에게 추천하면 그 안에서 교장이 선임하는 방식이다. 교사 추천권이 교원들에게 있으니, 교사들도 인사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다윗이 사울에게 7년을 시달렸다고 한다. 이일섭 행정실장이 다윗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일섭 행정실장의 상황이 꼭 다윗처럼 7년의 고역이 있었다. 역경은 망치를 두들겨 맞은 명검처럼 사람을 단련한다. 국회 국정감사까지 받은 이일섭 행정실장은 ‘떳떳함과 책임감’으로 중무장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살아온 삶이 ‘직선의 비탈길’이었으니, 때론 침묵으로, 때론 부당함을 반대하는 정의로서, 사건의 진실을 말하려고 애써왔음을 느꼈다. 분명한 것은 시련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끝으로 물었다. “23년동안 살아온 동구마케팅고등학교가 어떠한 곳인지”에 대해서.
이일섭 행정실장이 말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이사장님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학교를 변화시켜보라고 주문했어요. 그때는 행정기관과 교육청을 얼마나 더 자주 찾아가느냐로 교육예산의 규모가 달라졌어요. 동구마케팅고등학교 학생들의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서 정말로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제 딸이 절친 친구에게 동구마케팅고를 추천까지 했어요, 그때 정말로 마음이 뿌뜻하고 행복했습니다. 자녀가 아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니, 정말로 기뻤습니다. 제 딸이, 제 아들이 앉는 책걸상이라고 생각하고서 삐끄덕거리는 것이 없도록 예산을 받아서 현대식으로 교체했어요. 학교재단에서도 지원을 정말로 많이 해줬어요. 2004년에서 2010년까지 학교재단에서 거의 50억원의 지원을 받았을거예요. 그때 학교환경이 정말로 많이 변했어요. 휴일없이 밤낮 뛰어다녀도 해맑게 웃는 학생들이 내 자녀라고 생각하니 그것이 감사했어요. 제가 잘 모르는 학생이 언젠가 저를 보면서 ‘항상 웃어주셔서 아저씨 감사해요’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제 뇌를 떠나지 않아요.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내가 조금만 더 행하면 학생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그 믿음으로 지금도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어요. 교육청 감사팀이 저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 왔다’라고 말했어도, 그런 감사(監査)에도 감사(感謝)할 수 있는 것은 일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저에겐 너무 큰 기쁨이고 행운입니다. 동구마케팅고등학교는 제 평생의 행운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일섭 행정실장은 학교역사를 담은 ‘동구 70년사’(東丘七十年史)와 학교소개 자료집을 챙겨줬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비탈길을 내려왔다. 언덕위에 자리잡은 동구마케팅고에는 ‘폭풍의 언덕’처럼 바람이 매서웠다. 외풍은 심했지만, 학교건물은 튼튼했고, 건물을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평온하면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이일섭 행정실장과 인터뷰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데 ‘사실확인의 저널리즘’이 옳음을 알게 해줬다. ‘정심로’(正心路)를 따라 내려오면서 ‘나무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책임성’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끝)
1부 : 김문수 교육위원장의 직격탄
2부 : 동구마케팅고는 명문고등학교다.
3부 : 공익제보와 정치활동을 구분할 것
4부 : 안정훈 교사가 말하는 동구마케팅고
5부 : 서울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하나?
6부 : 동구마케팅고 행정실장의 억울함
7부 : 동구마케팅고를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가 보는 학교
One Comment
Pingback: 서울교육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