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닥터스 4회]=운명같은 만남이 다시 시작됐다. 유혜정과 홍지홍의 만남,(박신혜와 김래원) 정말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13년의 멀고도 험한 인생길이었다. 홍지홍은 유혜정이 타고 떠난 그 오토바이가 눈앞에 걸려서, 한국에 입국할 때마다 그녀를 찾았다. 진로 멘토링을 잘못 지도해서, 인생이 잘못 배회하게 만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곳에서 유혜정이 있었다. 이 얼마나 애타게 찾은 자신의 운명같은 사랑이던가. 고등학교 시절에 마음을 나눴으나, 미성년자였던 유혜정과 교사로서 자신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결별했어야 했다. 진서우의 SNS 파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3년, 10년 강산이 변하고도 3년이 더 지나는 세월이다. 유혜정은 목적을 갖고 국일병원에 입사원서를 냈다. 국일병원 과장의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국일병원에 들어간 목적은 ‘할머니 강말순의 의료사고’를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확인해야할 사건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홍지홍이 함께 같은 날 입국해서 같은 병원에 근무하게 되었다. 때가 되니 모든 만물의 봄이 싹트듯, 이별이 녹고 만남이 시작된다. 운명같은 두 사람의 만남앞에 다시 출현하는 ‘진서우’는 질투의 상징이고, 비방의 명수다. 모든 것을 진서우인데, 지방대 출신의 유혜정을 향해 “너가 어찌 의사냐?”라고 반문한다. 그런데 유혜정도 의사이고, 진서우도 의사다. 출신이 다를 뿐이다.
유혜정은 말로 승부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말할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너무 놀다보니, 갑자기 자신이 해낸 ‘수학 1등’의 역풍이 강했고, 모든 것을 이기고 견디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했다. 의사가 되는 꿈은 홍지홍 담임교사를 통해서 세웠고, 의사로서 꿈이 확고해진 이유는 강말순 할머니의 의료사고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이다. 2가지 목적으로 유혜정은 지방대 의학과에 입학했고, 밑바닥에서 탄탄히 실력을 쌓았다. 13년만에 신경외과의 전문의로서 꽤 유망주로 떠올랐다. 수학 1등을 해냈듯이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진서우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본인은 이미 국일병원 원장의 딸로서, 서울대 출신 의사로서, 모든 것을 가졌는데 갑자기 출현한 옛친구 유혜정을 상대로 국일병원 과장에서 ‘유혜정 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고등학교때에 ‘제자와 스승의 부적절한 관계’로 파문을 일게 했고, 교사였던 홍지홍 담임교사가 학교를 떠나게 했고, 친구인 유혜정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줬었다. 그리고 13년만에 처음 만난 옛친구에게 똑같은 비열한 짓을 한 것이다. 지방대 출신이니 국일병원에 있을 수 없다는 아주 황당한 논리다. 국일병원 과장은 “너의 아빠도 지방대 출신 의사인데 국일병원 원장을 하고 있지 않니?”라고 묻는다. 진서우의 주장은 자신의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한 비방이었던 것이다.
조인주는 본래 홍지홍과 매우 가까운 여자친구였는데, 홍지홍이 유혜정에게 마음을 뺏기면서 조인주와 관계가 멀어졌다. 조인주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가 다시 이혼했다. 이제 홍지홍은 유혜정과 특별한 관계, 운명같은 사랑을 하려고 마음을 다짐한다. 과연 국일병원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의료계에서 ‘진실과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홍지홍의 부친 홍두식은 양아버지로서, 국일병원 이사회의 이사장이다. 진서우의 아버지는 국일병원 원장이고, 할아버지는 국일병원 부이사장이다. 홍두식과 진성종(진서우 할아버지)는 절친인데, 함께 병원을 세웠다.
닥터스 드라마는 ‘휴먼 메디컬 드라마’로서 의사들의 그 비정함과 날카로움에 따스함의 숨결을 불어넣은 감동 드라마이다. 아무래도 살벌할 수 밖에 없다. 홍지홍의 아버지는 ‘사람을 위한 병원’을 운영하길 원하고, 진서우의 할아버지는 ‘사업을 위한 병원’을 운영하길 원하니, 둘은 늘상 다툰다.
천순희(혜정의 고등학교 절친)은 의리녀이다. 당시 고등학교 교장의 딸인데, 문지인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살벌함속에 톡톡 튀는 유머를 섞어서 드라마의 맛을 부드럽게 하고 있다. 이런 인물이 드라마를 살린다. 사람 사는 세계에 따스함과 인정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역할이다. 조연같지만,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주연급 조연’이다. 이러한 조연이 잘해야만, 주연이 산다. 천순희 역할은 유혜정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본인의 개성미가 살아나서 닥터스 시청률 상승에도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