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가 미국 국제공인 말 감정평가사 함께 취득
말산업 육성의 급선무….마필 평가에 대한 금융지원책
[서울교육방송 기획취재, 마필 감정평가사]=징기스칸이 10만마리 말과 10만명의 군대를 10진법의 군대로 조직해서, 1만의 소수정예팀으로 유럽대륙을 정복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말’(馬)의 기동력을 증명한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 말은 교통수단이었고, 전쟁에서 탱크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말의 가치가 운동과 레져로 발전하면서, 마필감정평가사의 평가기준이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은 어떨까? 농림식품부가 2015년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대책 시행계획을 수립, 발표를 했지만, 말산업의 근본대책 마련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핵심 이유는 말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국내에서 말(馬)은 소와 돼지처럼 가축으로 분류된다는 것. 소(牛)가 아무리 비싸도 1천만원을 넘지 못하는데, 말(馬)은 10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영국의 경주마 프랭클(FRANKEL)은 몸값이 1억파운드(1825억원)이다. 1회 교배료만 6억원을 훌쩍 넘는다. 말값이 중소기업 재산총액보다 크다. 국내 한국마사회가 구입한 매니피(MANIFEE) 경주마도 100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말값은 누가 정할까? 부르는게 값일까?
국내에 말(馬) 감정평가사는 공식적으로 없다. 말값이 하늘까지 치솟지만, 외국에서 정해진 가치로 환산해서 구입한 것일 뿐, 말(馬)에 대한 가치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는 말 감정평가사가 없다. 김기완 마필 감정평가사와 김현수 마필감정평사가 유일하다.
김기완, 김현수 마필감정평가사는 부자관계로서, 미국의 국제공인 마필감정평가사를 취득했다. 미국농축산물감정사협회, 미국마필감정사협회, 국제가축감정사협회, 미국농장장비감정사에서 각각 인정하는 4가지 마필감정평가사 시험을 보고, 합격 취득했다. 김기완 김현수 감정평가사가 한국 마필감정평가사로 1호, 2호인 셈. 마필감정평가사를 취득하고, 실제로 ㈜클럽엠호스파크 목장의 말 30마리의 감정평가를 진행중이다.
지구력인가? 말처럼 꾸준히 지치지 않고, 늦은 연세에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김기완 감정평가사(前감정평가학회 회장)를 직접 만나, 말산업 육성 및 말가치 판단의 척도에 대해서 인터뷰를 나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말과 소와 돼지는 가축임에 틀림없고, 우리에게 익숙한 부여의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처럼 동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말(馬)이 1.5m 장애물을 뛰어넘는 순간 값은 3천만원으로 폭등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말과 소에 대한 가치판단은 차별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감정평가 업무가 각 분야마다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죠. 국내는 감정평가사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동산에 해당하는 마필 감정평가사는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아들과 함께 지난해 미국의 공식 마필 감정평가사에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합격하고 나니, 국내 말산업육성법에서 말금융과 관련한 마필감정평가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말은 상당히 영리해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조련받으면 승마로 활용되고, 힐링뿐만 아니라 경주마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프랭클처럼 비싼 말은 1억 파운드까지 나가니, 중소기업체와 맞먹는 값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죽은 천리마의 뼈값이 500금(金), 천리마는 천금을 줬다는 일화는 인재에 대한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백락일고(伯樂一顧) 역시 마필감정평가사로 유명한 백락이 천리마의 품격이 있는 말이 수레를 끌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말의 등을 두드리자 말이 소리내어 울었다는 고사성어이다. 모두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1천금의 값이 나가는 천리마라도 가치평가가 잘못 된다면 가축으로서 고기값밖에 나가지 않는 법이다. 김기완 마필감정평가사는 “말산업 육성법의 성공은 마필 감정평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마사회의 경마(競馬)에 대한 얇은 지식외에 없는 본 기자로서, 김기완 평가사에게 “마필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물어봤다.
“말은 분명 동물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축으로 분류하기엔 그 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말에 대한 가치평가를 놓고 자주 법정 소송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말은 족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금수저, 흙수저라고 하는데 말에도 그 품종이 존재합니다. 좋은 종자면, 태어날 때부터 2~3천만원에 팔릴 수도 있습니다. 대략 300~500만원 정도 나갑니다. 그런데, 이 어린 말이 훈련과 교육을 받아서 장애물을 훌쩍 넘게 되면, 가격이 폭등합니다. 장애물 넘는 것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경주에 참여하면 억대에 진입합니다. 만약,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때는 족보가 생기게 됩니다. 말(馬)의 인생이 사람과 비슷하죠. 국가에서 말산업 육성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말에 대한 인식을 가축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주 우승마가 되면 말에 대한 가치평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말들은 교배하더라도 적게는 2천만원, 5천만원까지 받게 됩니다. 말산업을 위한 승마장 지원, 경마장 지원, 목장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말(馬) 자체에 대한 평가제도 마련부터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내에 마필 감정평가사가 없다보니, 국내 말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해외에서 사온 말들은 사온 때를 기준해서 우승을 하거나, 대회출전기록을 토대로 마주(馬主)끼리 대략 부르는 것이 말값이다. 말의 주인이 바뀌어도 거래 내역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소나 돼지를 사고파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말산업 육성을 위해서 마필감정평가제도가 우선 도입되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기완 감정평가사는 이러한 제도를 ‘말(馬) 금융, 또는 말 펀드(FUND)’라고 표현했다.
2015년 기준, 국내 말 숫자는 3만두, 전국 승마장은 300개 규모이다. 말 1필당 평균 1천만원으로 본다면 3천억원 규모이고, 승마장은 부동산 가격 20억원으로 환산하면 6000억원 규모이다. 농림식품부는 말산업육성법을 시행하면서 2016년 말 5만두, 승마장 500개로 규모 확대정책을 펼쳤다. 말 5만두는 5000억원, 승마장은 1조원 규모가 된다. 여기에 한국 마사회 연매출 7조6천억원이 더해지면, 대략 10조원에 육박한다. 말의 거래, 말의 교배, 승마교실, 말의 사료, 경주마에 대한 경매까지 모두 합하면 말산업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기완 마필 감정평가사, 김현수 마필 감정평가사에 대한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영국의 프랭클(1825억원)과 국내 매니피(100억원)만 보다라도 마필 감정평가사 도입은 최우선의 과제라고 여겨진다. 말산업을 육성하려면, 금융지원에 대한 가치담보가 필요할 것인데, 목장보다 말값이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말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제도가 없다보니, 말 금융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 말산업의 현주소이다. 김기완, 김현수 마필 감정평가사 1호, 2호(국내)가 모든 말(馬)과 마주(馬主)의 기대에 부응하길 기대해본다.